“개도 이런 대접은 안 받는다" 15년 만에 이혼에 성공한 남자의 아내 폭로

2024-02-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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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게 후회스럽고 더 일찍 이혼 안 한 게 한이다”

이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이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15년간 악처에게 호구 취급을 받다가 가까스로 결혼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온 퐁퐁남의 사연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키우는 강아지도 그런 대접 안 받는다", "살인 안 한 저 사람이 부처다"는 극단 표현을 동원해 남편을 동정했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혼 완료!'라는 벅찬 감정을 표현하듯 느낌표가 붙은 고백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인 남성 A 씨는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며 이런 여자와 살았다는 게 유머인 듯해 공개한다"며 "퐁퐁남 생활로 우울증 걸려 죽을 것 같다가 순간 깨달아 이혼 결심 후 완료하는 데까지 3년 걸렸다"며 운을 뗐다. 퐁퐁남은 아내에게 이용만 당하는 불쌍한 남편을 일컫는다.

그는 "자존감이 낮아져 있던 시기 회사 옆자리 앉아있던 여직원에게 대시해 만나게 됐다"며 "결혼까지는 좀 애매하다 싶었는데 결혼 적령기 여성들은 남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무섭게 밀어붙이더라. 정신 차려보니 웨딩드레스 고르고 있었다"며 부부의 연을 맺은 과정을 설명했다.

아내가 할 줄 아는 게 전혀 없어 집안일이나 음식도 자신이 거의 다했다는 그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아내가 신혼 초기부터 부부관계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A씨가 퇴근해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샤워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면 아내는 "화장실 청소까지 했으면 한 번 하려고 했는데 아쉽다"며 마치 성관계를 주인이 하인에게 은사를 베푸는 식으로 말을 던졌다. 부부관계가 당연한 게 아니라 대가성이라는 개념 정립에 A 씨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던 중 A 씨가 억지로 우겨서 아내는 덜컥 임신했다. 그러자 아내의 예민한 성격은 극에 달하게 됐다.

A 씨가 자다가 뒤척이자 아내는 새벽 3시에 그를 깨우면서 왜 본인 깨웠냐고 화를 냈다. 결국 결혼 4개월 만에 각방을 쓰게 됐다. 착상이 마지막 잠자리였고 15년간 부부는 섹스 리스로 살게 된다.

지쳐 가던 A 씨가 어느 주말 늦게까지 잠을 자자 아내가 구시렁댔다. "야 잠 좀 자자"라고 한소리를 했더니 아내는 처가에 쪼르르 일러바쳤다. 장모와 처형이 집에 찾아와선 "'야'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독박육아도 그의 몫이었다. 회사 모임을 간 A 씨에게 아내는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부재중 전화 20통을 찍었다. 임원이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초를 치니 임원이 "넌 그냥 집에 가라"고 얘기했다.

부랴부랴 집에 가니 아내는 "말 한마디 못 하는 아이랑 하루 종일 있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냐"고 쏘아붙이며 생후 200일 된 아이를 침대에 던져버렸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아내의 의견을 수용해 처가 근처로 이사를 했다. 출퇴근 시간은 편도 40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났지만, 처가 식구들한테 도움도 받겠지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의 착각이었다.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집에 오면 밥하고 반찬 마련하고 빨래 돌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식모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거기다 아내는 산후통으로 몸이 안 좋으니 마사지해달라고 독촉했다. 마사지가 40분 넘어가니 아내는 손 압력이 세다며 저리 꺼지라고 A 씨를 발로 찼다.

아내는 A 씨가 절친들과 연락하는 것도 막아버렸다. A 씨가 아무 것도 못하고 어디도 못 가게 만들었다.

아내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회사 승진에서 탈락한 A씨가 쓸쓸하게 방구석에 앉아있자 아내는 "네가 그따위로 사니까 승진을 못 하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병신아"라는 저주 섞인 폭언을 했다.

순간 A 씨는 아파트 19층인 '집에서 떨어지면 아플까?', '많이 안 아프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이 사람과 살면 지금은 그냥저냥 돈 버니까 괜찮아도 노년에는 개밥 신세도 못 면하겠구나'. 정신이 번쩍 든 A 씨는 이혼을 결심했고 실행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작년 10월 이혼서류에 도장 찍고 법적으로 총각이 된 A 씨는 "15년 결혼생활이 파국을 맞아 가슴이 아픈데 자꾸 웃음만 난다"며 "결혼도 쉽지 않은데 이혼은 백배는 더 힘드네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나이에 맞춰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 결혼을 한 게 후회스럽고, 더 일찍 이혼하지 못한 게 한이다"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있기에 잘 헤어진 것 같다고 어머님이 응원해주신다"고 소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처네", "이혼이 많이 늦었네", "여자인 제가 봐도 고생 많으셨다", "읽기만 해도 열불 난다", "세상에 이런 여자도 있구나", "읽다가 암 걸리는 줄 알았다", "싱글로 다시 돌아오신 것 환영한다" 등 A 씨를 격려하는 반응을 쏟아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