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순직 군인 막내딸 “악플에 상처받았다”

2024-03-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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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그리워하는 편지 낭독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군인이 된 딸이 포부를 전했다.

26일 조선일보는 천안함 폭침 당시 순직한 고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 씨 인터뷰를 보도했다.

김 씨는 지난 22일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꽃이 많이 핀 날, 아빠의 빛나는 봄, 햇살 같은 내가 꽃 소식처럼 찾아갈게”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당시 김 씨는 5살이었다. 올해 평택 국제대 실용댄스학과에 입학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김 씨는 “5살일 때 아빠가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에 남긴 뜻을 본받아 이어가고 싶다”며 “내겐 댄서라는 꿈도 있지만, 대단한 업적을 세운 아빠의 뜻을 이어가고 주변과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베풀고 싶은 마음에 해군에서 군인으로도 복무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도 밝혔다.

김 씨는 “아빠가 돌아가신 ‘37살’에 조금씩 가까워지니, 아빠가 이루고 싶었던 걸 다 이루기엔 너무 어린 나이에 돌아가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천안함 폭침을 당한 병사들도 다 내 나이 또래였다고 생각하면 감사함과 안타까움이 들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마음도 굳어진다”고 했다.

그는 “엄마는 우리 세 자매에게 ‘울타리 전부’였다”며 “항상 ‘아빠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은 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행복하게 지내자’는 말을 자주 해주셔서 든든한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어머니 이 씨의 과거 꿈은 군인이었다. 그는 세 딸에게 ‘아빠도 군인인데 셋 중 하나는 군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김 씨의 큰언니 해나 씨는 우석대 군사안보학과에 다녀 내년에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 군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막내딸 해봄 씨 역시 “부사관 시험을 보거나 편입 후 ROTC나 군장학생이 돼 해군에서 군인으로 복무해보고 싶다”며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한 번쯤 아쉬움 없이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아버지의 빈자리를 천안함 폭침 생존 장병들과 아버지의 해군 부사관 동기들이 채워줬다고 한다.

하지만 천안함 관련 망언과 음모론은 상처를 남겼다.

김 씨는 “어릴 때는 악플을 보거나 음모론을 들었을 때 ‘왜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우리 아빠를 보고 사람들이 나쁜 얘기만 하는 걸까?’하는 생각에 상처받은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며 “천안함 폭침도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유가족들이 실제로 없다고 생각하나?’ ‘뉴스에 나온 유가족들은 가짜라고 생각하나?’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음모론이나 망언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경찰·소방을 국민들이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상기해줄 수 있도록 정부부터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나처럼 어릴 때 악플이나 망언을 접하면 의아한 마음도 들고 상처도 입는다”고 고백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