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이 내 텀블러에 체액을 넣었어요, 어떻게 알았냐면…” 피해 여교사 등판

2024-03-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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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액 직접 묻힌 게 아니라서” 추행 아닌 재물손괴죄 적용

텀블러 자료 사진.  / 픽사베이
텀블러 자료 사진. / 픽사베이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여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정액)을 넣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 교사가 입을 열었다.

28일 JTBC ‘사건반장’에는 여교사 A 씨가 당시 겪은 자세한 상황이 전해졌다.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남 사천의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계약직 교사로 일하던 중 기숙사에 있는 야간 자율학습실에서 학생들을 감독했다. 그러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자신의 텀블러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JTBC 캡처
JTBC 캡처

A 씨는 "물을 마시려고 텀블러를 들었는데 입구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건 누가 무조건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텀블러를 열었을 때는 손 소독제 같은 게 벽에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화가 났다. (텀블러) 바로 앞에 손 소독제가 있었다.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손 소독제를 넣은 줄 알았다"면서 곧바로 기숙사에 있던 상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학생들이 아무도 자수하지 않자, A 씨는 학교 복도 폐쇄회로(CC)TV를 돌렸다. 그러자 A 씨가 자리를 비운 시간, 자율학습 중이던 한 남학생이 A 씨의 텀블러를 가지고 세탁실과 정수기 쪽으로 갔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CCTV에 포착된 학생을 추궁했고 "자습실에서 음란물을 보다가 순간 교탁에 있던 A 씨의 텀블러를 보고 성적 충동이 들었다"며 "그래서 체액을 넣었는데 다시 씻으려고 세탁실 내부의 세면대로 갔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학생은 "텀블러를 씻으려고 했는데 잘 씻기지 않았다. 대신 물이라도 받아야겠다 싶어서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다시 교탁에 올려놨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해당 학생과 이날 처음 만나 원한을 살 일이 없었다고 한다. 사건 이후 A 씨는 나흘간 병가를 썼고, 학생은 2주 정도 근신 처분을 받아 등교하지 않았다.

당초 A 씨는 "학생 인생에 전과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선처했고, 학교 측은 학생에게 '특별 성교육' 등의 자체 징계를 내리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A 씨는 학생과 그 부모가 사과하지 않고, 학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에 결국 학생을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 A 씨는 트라우마로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경찰 측은 "피해자에게 직접 체액을 묻힌 게 아니고 텀블러에 묻혔기 때문에 추행이 아닌 재물손괴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