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삼촌, 이모에게 매일 맞던 생후 400일 아기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2024-04-15 11:41

add remove print link

범행 도구는 나무 구둣주걱 사용
얌전하다는 이유로 때리기도 해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 / BaLL LunLa-shutterstock.com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 / BaLL LunLa-shutterstock.com

생후 400일이 지난 아기를 1개월간 학대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와 공범들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은 아기를 심심풀이하듯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뉴스1에 따르면 친모 A(28) 씨와 B(29) 씨, B 씨의 여자친구 C(26) 씨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A 씨가 낳은 아기의 머리와 허벅지, 발바닥을 하루 수십 회씩 손과 도구로 폭행하고 꼬집는 등 학대했다.

세 사람은 별다른 수입 없이 A 씨가 받는 월 150만 원의 기초 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해왔다. 이들은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 각지를 여행하면서도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과 학대를 지속했다.

범행 도구도 다양했다. 태블릿 PC부터 철제 집게, 세척솔, 휴대전화 충전기 줄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들었는데 특히 나무 구둣주걱을 자주 사용했다. 나무 구둣주걱은 한 여행지 호텔에서 우연히 발견, 아기를 폭행하는 데 효과가 좋다며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의 폭행 강도가 점차 거세졌다고 봤다. B 씨가 기르는 강아지의 수염을 잡았다는 이유로 매를 맞은 아기는 목욕하는 중 장난을 쳤다며 눈가에 멍이 들게 걷어차이기도 했다.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끔찍했다. B 씨는 지난해 9월 27일 오후 3시쯤 자신의 차 안에서 "징징대야 하는데 왜 징징대지 않느냐"며 나무 구둣주걱으로 11회 때린 사실도 파악됐다.

침대에 앉아서 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 / BaLL LunLa-shutterstock.com
침대에 앉아서 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 / BaLL LunLa-shutterstock.com

A 씨는 B 씨 등과 동거하기 전부터 홀로 학대와 폭행을 일삼아왔다. 두 모자를 지켜본 C 씨는 "기를 죽여놔야 편하다. 무서운 이모나 삼촌 하나쯤은 필요하다"며 범행을 자처했고 A 씨는 "알겠다"고 동의했다.

지난해 10월 4일 오후 1시쯤 아기가 B 씨에게 맞아 숨이 멎어가던 때 A 씨는 이를 지켜보다 C 씨와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떠났다. 아기는 이미 이날 새벽에 잠에서 깨 보챈다는 이유로 기저귀가 터지고 나무 구둣주걱이 부러지도록 맞은 상태였다.

이후 숨을 몰아쉬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인 아기는 방치된 끝에 오후 3시 31분쯤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검찰은 이들이 경제 활동 없이 불규칙한 생활을 하면서 피해 아동에게 이유식을 해주지 않는 등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사실도 파악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자백했다. A 씨는 "엄마로서 자식을 지켰어야 했는데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랐다. 가슴이 찢어지고 고통스럽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결과가 더없이 중하고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겪었을 고통도 가늠하기 어렵다"며 A 씨와 B 씨에게 권고형의 상한을 초과하는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C 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A 씨를 비롯한 피고인들도 항소한 상태다.

home 구하나 기자 h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