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새 정무수석 임명... 굽네치킨 가격이 뜬금없이 말을 듣는 이유

2024-04-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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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나자마자 10% 이상 가격 올린 굽네치킨

서울의 한 굽네치킨 매장. / 뉴스1
서울의 한 굽네치킨 매장. /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정무수석비서관에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의 공동창업자인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내정하자 미묘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굽네치킨이 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이 주요 선진국 평균 수준을 추월하며 3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이 임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정무수석(홍철호 전 의원) 인선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정무수석(홍철호 전 의원) 인선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홍 내정자 동생인 홍경호 회장이 이끄는 지앤푸드(굽네치킨 운영사)는 총선 5일 뒤인 지난 15일부터 치킨 9개 품목의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고추바사삭은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오리지널은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10% 이상 값이 올랐다.

굽네치킨은 "최근 몇 년간 배달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상승으로 가맹점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며 "가맹점 수익 개선 요구를 수용해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을 부득이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소비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피자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굽네치킨의 경영 사정을 보면 가격 인상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3억 3000만원으로 전년(116억 8000만원)보다 28.7% 줄었다.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밑돈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렇더라도 제품 가격 인상 시점이 공교롭다는 말이 나온다. 물가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눈치라도 본 것처럼 총선이 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본사에 가격 인상을 건의하자 본사가 총선 이후에 인상하자는 답을 내놨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심상찮다. ‘국민간식’인 치킨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밥상 물가를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날 OECD 자체 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돈다. 한국의 먹거리 물가가 OECD 평균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전체 유로 지역, 대만과 한국의 올해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3.0%(독일 역시 3.0%)로 영국(3.5%)·미국(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물가 상황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치킨 값을 올린 굽네치킨과 홍 내정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하다.

다만 지앤푸드는 생닭 등 원부자재의 가격은 올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 문제는 지앤푸드 평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굽네치킨이 사용하는 닭을 홍 내정자가 창업주인 크레치코에서 공급하기 때문.

그래도 홍 내정자는 내부 거래 등을 통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일가가 돈을 벌어들인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홍 내정자 일가는 최근 10년간 크레치코로부터 144억원을 배당받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265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육계 가공 회사인 플러스원은 크레치코의 100% 자회사다. 플러스원은 크레치코와의 거래로 매출의 대부분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상당액을 크레치코에 배당한다. 2019년엔 순이익 19억원 중 10억원을 크레치코에 배당한 바 있다.

굽네치킨은 가맹점주에 '갑질'을 행사한 의혹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서울 강서구 굽네치킨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가맹사업 운영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굽네치킨이 가맹점주 동의 없이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거나 판촉 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갑질을 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내정자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김포을 후보로 출마했으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낙선했다.

굽네치킨의 메뉴 중 하나인 맵단짠 치킨. / 굽네치킨 홈페이지
굽네치킨의 메뉴 중 하나인 맵단짠 치킨. / 굽네치킨 홈페이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