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재선충병 확산 경북 포항 ‘송림숲’ 사라지나?

2024-05-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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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늑장 대응, 수만그루 소나무 고사 중
40여억 들여 조성한 ‘송도솔밭도심숲’ 사라질 위기
포항시 "정확한 검사의뢰 할 것, 현재로선 가지잎마름병 추정, 시민불안 없도록 하겠다"

경북 포항 ‘송도솔밭도심숲’ 이 최근 확산일로에 있는 재선충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붉은색으로 말라가고 있는 소나무숲/이하 황태진 기자
경북 포항 ‘송도솔밭도심숲’ 이 최근 확산일로에 있는 재선충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붉은색으로 말라가고 있는 소나무숲/이하 황태진 기자

[포항=위키트리]이창형.황태진 기자=경북 포항 ‘송도솔밭도심숲’ 이 최근 확산일로에 있는 재선충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포항시민들의 대표적인 힐링공간으로 자리잡은 이 곳 32ha(31만7355㎡)에는 해송 식재구역만도 20ha(19만8347㎡) 1만2천여 본에 달하지만 최근 재선충병이 날로 확산하면서 곳곳의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9일 현장 취재결과 숲 입구에서부터 수령 50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이는 수십그루의 소나무 잎은 노랗게 말라가고 있다. 가까이서 가지를 만지자 뚝뚝 끊겼다.

시민 A씨(57)는 “매일 운동을 나오는데 하루가 다르게 소나무 잎이 노랗게, 또는 빨갛게 변해가고 있다. 한달여 전만 해도 간헐적으로 보이던 것이 지금은 대부분 소나무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잘려나간 가지와 잎이 아무런 조치없이 버려져 있다
잘려나간 가지와 잎이 아무런 조치없이 버려져 있다

숲 모퉁이에는 재선충병 소나무 몇그루를 잘라냈는 지, 잘려나간 가지와 잎이 아무런 조치없이 버려져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를 벌목한 후 이력을 알 수 있도록 QR스티커를 붙여놓는 기본적인 절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시민 B씨(여.66)는 “숲 아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나무 잎이 모두 노랗게 변하고 있다. 포항시가 엄청난 돈을 들여 송림숲을 조성해놓고 정작 숲이 사라질 수도 있는 재선충병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포항시는 올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소나무재선충병 긴급방제사업에 70억 원을 투입해 재선충병으로 고사된 소나무 6만여 본에 대해 단목 방제를 했다.

또,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을 투입해 피해지 내 나무주사를 통한 직접 방제도 병행하는 한편 숲가꾸기 사업, 예방 나무주사, 소규모 모두베기 등 다양한 방제 수단을 동원해 효율을 극대할 수 있는 적기 방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방제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최근 포항 전역에서 재선충병이 창궐하면서 정작 도심숲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9일 오후 포항시 관련부서에는 전원이 방제작업 등으로 출장중이어서 송도숲에 대한 대책을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지잎마름병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검사를 의뢰해 시민들이 동요하지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포항시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도시숲이 재선충병 확산으로 사라질 위기다.
포항시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도시숲이 재선충병 확산으로 사라질 위기다.

포항의 잠재적 관광자원인 송림숲의 역사는 100년 이상이다.

일본인 오우찌지로가 1918년경부터 10년간 해송 등을 식재해 송림숲이 탄생하게 된다.

송도동 산-1번지 외 63필지로 면적은 53ha(52만5620㎡)이다.

포항시는 송림숲 일정공간에 시민들의 휴식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자 지난 2016년 27억5000만원을 들여 송림테마거리를 조성하고, 2018년에는 40억원을 들여 ‘송도솔밭 도심숲’을 조성했다.

시가 조성한 송도솔밭 도심숲 면적은 32ha(31만7355㎡), 해송 식재구역은 20ha(19만8347㎡)에 이른다.

수종은 해송 1만2684본, 기타 2만1867본 등 3만4551본이 식재돼 있다.

송도솔밭 도심숲이 조성되면서 연간 50만명(포항시 추산)의 시민들이 찾는 포항의 대표적인 힐링공간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날로 확산하고 있는 재선충병으로 숲 전체가 사라릴 위기에 놓여 있다.

한편, 소나무재선충병을 일으키는 재선충은 식물 기생 선충의 일종이다.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의 번데기에 기생한다.

매개충이 성충으로 자란 뒤 새로 난 소나무 가지를 먹을 때 나무로 침입한다.

20일이면 암수 한 쌍이 20만 마리로 불어날 만큼 빠르게 번식한다.

소나무가 죽어도 곰팡이를 먹으면서 버티고 온도나 수분, 산소 등 생존 조건이 적합하지 않으면 휴면에 들어가 생명을 유지한다.

재선충은 소나무에 치명적이다.

재선충이나 매개충의 유충을 죽이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소나무는 감염 시 100% 죽는다.

이 예방주사도 송진이 줄어드는 12~2월 사이에 놓아야 효과가 있다.

산림전문가 유모씨(64)는 “재선충병은 확인한 순간 이미 죽은 상태다. 외부 증상이 발현되면 내부에선 이미 스위치가 꺼져 있고, 송진도 나오지 않는다”라고 그 심각성을 전했다.

home 이창형 기자 chang@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