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날 학대한 언니와 방치한 부모... 언니 결혼식 오라는 데 가야 할까요?”

2024-05-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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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렵게 언니 청첩장 주셨는데 마음이 복잡하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을 학대한 친언니의 결혼식 참석을 두고 고민하는 여성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ormezz-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ormezz-Shutterstock.com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를 괴롭힌 언니의 결혼식 안 가도 되겠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언니와 저는 두 살 터울이다. 언니는 태어나던 순간부터 저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고 잠도 절대 깊게 자지 못하는 아주 예민한 아이였다. 반면 저는 어디가 아파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웬만해서는 울지 않고 혼자 눕혀놔도 알아서 자는 순한 편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제가 태어난 뒤로 부모님은 언니에 비해 저를 많이 예뻐했다. 툭하면 떼쓰고 우는 언니를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부모님은 맞벌이에 늘 바빴고 아버지는 사실상 집에 한 달에 한 번 밖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유치원 시절부터 언니와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했는데 언니는 저를 무지하게 괴롭혔다. 본인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안방으로 끌고 가 다시 말해보라고 시켰다. 말을 제대로 못 하면 심하게 때리고 협박했다. 10번 중에 한 번 반항해도 상욕과 함께 온몸을 두들겨 맞았다"고 회상했다.

평소 A 씨를 학대하던 언니는 엄마가 오기 전이면 누구보다 상냥한 모습으로 A 씨를 달래줬다.

A 씨는 "저에게 유일하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제가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혼자 열받아서 표정을 싹 굳히고 쳐다보면 심장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대학교 입학 때부터 집에서 나와 살았다는 A 씨는 "그 뒤로 부모님과도 연락을 잘 안 했다. 집엔 절대 가지 않았다. 부모님과도 거의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였다. 제가 서른이 된 지금 엄마가 어렵게 언니의 청첩장을 주셨는데 마음이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엄마는 제가 와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언니와 떨어져 산 지 10년이 지나 그때만큼의 공포심은 아니지만 결혼식에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안 가도 되는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대다수 누리꾼은 결혼식에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난 글쓴이 부모가 더 밉다. 글쓴이가 맞고 사는 거 몰랐을 것 같냐. 엄마는 남들 시선을 의식하는 것뿐이다", "40대인 여자다. 저도 오빠에게 같은 경험 있는데 아기 돌잔치까지 갔다. 40대인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모자란 행동이었다. 어차피 끊을 인연 빨리 끊어내시길", "학대당하는 거 알면서도 방치한 부모도 아동학대범인 거 모르냐. 나 같으면 무릎 꿇고 빌어도 안 간다", "이 정도면 결혼식 가는 게 더 이상한 거 같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댓글을 접한 A 씨는 "답답한 마음에 적고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댓글이 많이 달려서 놀랐다. 위로해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다. 결혼식은 마음 편하게 안 가도록 하겠다"라며 누리꾼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