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보험 취소 HUG에 "보증금 지급해야"

2024-05-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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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인 기망 알 수 없었다면 피보험자의 신뢰 보호해야"

동부지방법원 전경. / 사진=연합
동부지방법원 전경. / 사진=연합

[부산=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위조된 계약서를 근거로 보증보험을 내준 뒤 전세 사기 피해자가 발생하자 보증보험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법원이 보증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6단독 최지경 판사는 부산 수영구 한 오피스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A 씨가 HUG와 임대인 40대 남성 B 씨에게 제기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이 판결에 따라 HUG와 B 씨는 A 씨에게 1억 4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

해당 오피스텔은 민간임대주택으로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특약사항으로 다수의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B 씨와 2021년 6월 16일부터 지난해 6월 15일까지 보증금 1억450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했다.

A 씨는 계약 기간이 만료한 뒤에는 묵시적 계약 연장으로 거주해왔다. B 씨는 전세계약 도중 자신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보증금을 HUG가 대신 지급하는 보증보험 계약을 했다.

당시 B씨는 부채비율 보증요건을 맞추기 위해 HUG에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B 씨의 전세 사기 혐의가 불거지고, 위조 계약서가 제출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HUG는 보증계약을 취소했다.

그러고는 A 씨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HUG 측은 "허위의 임대차 계약서를 근거로 신청했음이 밝혀진 경우 보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세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B 씨의 사기행위를 이유로 보증을 취소해 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A 씨가 HUG 보증보험을 신뢰해 임대차계약을 맺고, 갱신했기 때문에 HUG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B 씨의 허위 서류로 인해 보증보험이 취소됐다 하더라도 HUG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A 씨를 HUG가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HUG가 취소 전 체결한 보증보험에 따라 A 씨에게 보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HUG의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보증보험을 취소당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 HUG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보증보험을 취소당한 76세대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13개 그룹으로 나눠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HUG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추후 판결에서도 HUG의 책임이 인정된다면 HUG는 전세금을 보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