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태형 20대' 맞게 된 일본인 남성, 이유는
2024-07-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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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여대생 성폭행 혐의…일본인 최초 태형

형벌 제도가 가혹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30대 일본인 남성이 일본인 최초로 태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여대생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싱가포르 공영 CNA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지난 1일(현지 시각) 만취한 20대 여대생을 성폭행한 후 범행 장면을 촬영한 일본인 A (38) 씨에게 징역 17년 6개월과 태형 20대를 선고했다.
A 씨는 2019년 12월29일 싱가포르 유흥가인 클락키에서 만난 당시 20세였던 여성을 자기 집으로 데려간 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성관계 영상을 찍어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후 의식을 되찾은 여성은 A 씨 거주지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된 날 A 씨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당시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 두 개가 발견됐다.
검찰은 "피해자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는 남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여성이 성관계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는 A 씨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번 선고는 싱가포르 최초로 일본인이 태형을 맞는 사례다.

태형은 가는 막대 등으로 범죄자의 등이나 볼기를 때리는 형벌로, 싱가포르에선 주로 기물 파손, 절도, 마약 밀매 등과 같은 범죄에 적용된다. 길이 1.5m, 두께 1.27㎝ 막대기로 최대 24회까지 처벌할 수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도입된 싱가포르의 태형은 1871년 형사소송법으로 제도화됐다
1994년 19세였던 미국인 마이클 페이는 기물 파손 행위로 태형 6대를 선고받았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원서를 보냈음에도 싱가포르 당국은 횟수만 줄인 채 태형을 강행했다.
우리나라 형벌에서 태형이 사라진 때는 1920년이다. 그전까지는 가벼운 죄를 지은 경우 물푸레나무로 만든 회초리로 엉덩이를 10~50대 쳤다. 태형보다 무거운 죄를 지으면 60~100대의 매를 맞는 장형(杖刑)에 처했다. 흔히 곤장이라고 불리는 형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