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구하러 필사적으로 헤엄쳐오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외친 말 (대전)

2024-07-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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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 사망자까지 발생한 엄청난 폭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어머니를 구한 아들의 사연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대전과 충남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충남에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대전 시민 김중훈 씨가 빗속에서 겪은 일을 인터뷰 방식으로 전했다.

대전에서는 8일 오후 5시부터 10일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 156.5㎜의 비가 내렸다.

대전 서구 용촌동의 정뱅이마을 앞 갑천 상류와 두계천 합류 지점 인근의 제방이 10일 오전 4시쯤 붕괴됐다. 마을에는 순식간에 급류가 몰아닥쳤고, 27가구에 사는 30여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밤사이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10일 오전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장비 13대, 인원 73명을 투입해 주민 36명을 구조 완료했다. / 뉴스1
밤사이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10일 오전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장비 13대, 인원 73명을 투입해 주민 36명을 구조 완료했다. / 뉴스1

이런 가운데 대전 시내에 사는 김 씨는 형수의 급박한 전화를 받았다.

형수는 "어머님이 연락이 안 된다"면서 "마을 사람들은 다 대피했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라고 전했다.

직업이 굴착기 기사인 김 씨는 굴착기를 끌고 어머니가 계신 마을로 달려갔다.

김 씨는 어머니가 계신 마을로 달려갔다. 맨몸으로 간 건 아니다. 직업이 굴착기 기사인 그는 굴착기를 끌고 어머니를 찾아갔다.

김 씨가 마을에 도착했을 땐 새벽이었는데, 제방이 붕괴돼 마을에는 물이 넘쳐 들어와 있었다.

김 씨는 당시 상황을 "유입되는 물이 태평양에 밀려오듯이 그냥 막 민물에서 파도가 치더라"라고 표현했다.

대전을 비롯해 충남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8일 대전 서구 정림동 갑천변이 침수돼 있다. / 뉴스1
대전을 비롯해 충남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8일 대전 서구 정림동 갑천변이 침수돼 있다. / 뉴스1

상상만 해도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김 씨는 "나 좀 살려달라!"라고 외치는 어머니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이미 대피를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그를 통해 어머니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김 씨는 “끌고 간 굴착기로 어머니 집을 향해 갔는데 물살이 파도치듯이 너무 세 접근하기 어려웠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결국 굴착기를 놔두고 직접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헤엄을 치던 중 옆집 여성이 머리만 내놓고 몸은 다 잠긴 채 기둥을 붙잡고 있는 걸 발견하곤, 여성을 지붕 위로 올려놓는 구조 활동까지 했다.

다시 어머니를 찾아 헤엄쳐 가려던 김 씨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어머니는 (어머니 집과 옆집 지붕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 구조를 이용해 지붕을 타고 이동해 처마 끝 기둥을 잡고 지탱하고 있었다) 지쳐서 목만 내놓고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침수된 차량 / 뉴스1
침수된 차량 / 뉴스1

김 씨는 인터뷰 도중 이 대목에서 목이 메어 잠시 울먹거렸다.

어머니를 발견한 김 씨가 헤엄을 치며 다가가자, 너무 지쳐서 구조 요청조차 더 이상 외칠 수 없었던 어머니가 그 순간에 "너 죽는다. 너 죽는다. 오지 마라!"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 씨는 지붕을 타고 넘어가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집 구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물속에 잠긴 담벼락을 짚고 어머니를 구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다 천운처럼 소파가 떠내려왔고, 김 씨는 거기에 어머니를 들어 올려놓고 다시 지붕 위로 어머니를 무사히 앉혔다. 좀 전에 옆집 여성을 구조한 뒤 보호해뒀던 장소다.

밤사이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10일 오전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장비 13대, 인원 73명을 투입해 주민 36명을 구조 완료했다. / 뉴스1
밤사이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10일 오전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장비 13대, 인원 73명을 투입해 주민 36명을 구조 완료했다. / 뉴스1

어머니를 살리고 이웃도 구한 김 씨는 “옆집 아주머니(옆집 여성)가 지붕에서 자꾸 미끄러져서 ‘조금만 버티세요. 조금만 버티세요’라고 하던 중 보트를 타고 온 119구조대에 구조될 수 있었다”면서 오히려 이웃과 구조대에 감사함을 전했다.

김 씨는 "어머니를 구한 뒤 10분 만에 어머니가 목을 내밀고 있던 그 높이까지 물이 다 차올랐다. 10분만 더 지체됐더라면 다 돌아가셨을 뻔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