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보행자에 2차 충돌한 운전자… 법원 판결이 조금 의외다
2024-07-22 09:05
add remove print link
재판부 “예견하거나 회피는 어려웠을 것”
서울중앙지법은 야간 무단횡단자와의 교통사고로 기소된 40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사고를 회피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무단횡단 중 앞차에 치여 쓰러진 보행자를 다시 충돌해 사망하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40대 운전자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고를 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고는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 앞 도로에서 지난해 8월 27일 오후 9시쯤 발생했다. 당시 60대 보행자 B 씨는 무단횡단을 시도하다가 2차로에서 40대 C 씨가 운전하던 승용차에 먼저 치여 1차로에 쓰러졌다.
이후 1차로에서 A 씨가 몰던 승용차에 의해 다시 충돌 당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사망했다.
검찰은 A 씨가 전방 주시에 소홀해 B 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피해자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두 차량의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1차 사고와 2차 사고 사이의 시간 간격이 불과 5초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1차 사고의 충격으로 B 씨는 공중에 떠서 2초 후 바닥에 떨어졌고, 그로부터 3초 뒤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A 씨가 B 씨의 존재를 인식한 시점은 2차 사고 직전 약 1초에 불과하다"며 급제동을 해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A 씨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B 씨가 공중에 뜬 순간부터 바닥에 떨어지는 2초간의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또한 B 씨는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고 엎드린 자세로 떨어져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
도로교통공단은 현장 실험을 통해 A 씨가 사고 장소 24.3m 후방에서부터 B 씨를 인식할 수 있었고, 2차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운전자는 정지시력보다 저하된 동체시력에 의존해 운전한다"며 "마네킹은 실제 사람보다 쉽게 식별될 가능성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1차 사고를 일으킨 C 씨는 유족과 합의하고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점을 고려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