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차 운전자가 이상해요”...두 경찰관이 차량 창문을 부숴야만 했던 이유

2024-07-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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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그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까지 잘못됐다면...”

도로 한가운데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한 여성 운전자의 목숨을 구한 두 경찰관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운전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하고 차 문을 개방하기 위해 조수석 창문을 깨는 경찰관들. / 경기남부경찰청
운전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하고 차 문을 개방하기 위해 조수석 창문을 깨는 경찰관들. / 경기남부경찰청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오후 4시 40분쯤, 교통순찰 근무 중이던 수원서부경찰서 경비교통과 소속 남상원 경위와 우한얼 순경은 경기 수원시 권성구 행정타운 앞 도로 한 가운데서 발생한 추돌 사고를 목격하고 교통 정리 등을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이날 사고는 신호대기 중이던 스타렉스 차량과 바로 뒤에 있던 QM6 차량이 접촉하며 발생했다.

그런데 남 경위와 우 순경이 현장에 도착하자 피해 차량 운전자는 이들에게 "뒤차가 갑자기 박았는데, 운전자가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

이에 두 경찰관이 사고를 낸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니 50대 여성 운전자 A 씨가 운전석 창문 쪽에 머리를 기대고, 양팔은 축 늘어진 채 입을 벌린 상태로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곧장 차 문을 열어보려 시도했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순찰차에 싣고 있던 삽과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화물차에서 빌린 망치를 이용해 조수석 창문을 깨고 차 문을 개방했다.

A 씨의 심폐기능이 정지한 것을 확인한 남 경위는 곧바로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혀 CPR을 실시했다. 그동안 우 순경은 112 상황실에 보고해 119 구급대 출동을 요청하고, A 씨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평소 앓고 있던 지병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두 경찰관의 5분여간의 싱폐소생술 덕분에 무사히 119 구급대에 이송되는 운전자. / 경기남부경찰청
두 경찰관의 5분여간의 싱폐소생술 덕분에 무사히 119 구급대에 이송되는 운전자. / 경기남부경찰청

두 사람은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5분여에 걸쳐 번갈아 가며 CPR을 실시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응급처치를 받고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이틀 만에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A 씨는 당시 부친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관상동맥이 경련을 일으켜 의식을 잃었다고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을 회복한 A 씨는 경찰서를 방문해 "심장내과 의사로부터 이 같은 경우 생존확률이 3%라고 들었다"며 "초기에 CPR을 잘해서 생명을 건진 경우라고 한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사실 그날 아버지도 돌아가셨는데, 나까지 잘못됐으면 정말"이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른 A 씨는 "사고 현장에서 두 경찰관을 만난 것은 천운"이라며 "정말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이다"라고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우 순경은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만 많이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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