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등 수십명 탈북 시도”

2024-07-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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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일규 전 북한대사관 참사 “탈북 실패한 사람들 참혹하게 북송”
“김정은, 트럼프 재선 고대... 북미 정상회담 준비되고 있을 것”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주 쿠바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지난해 3월과 4월에 걸쳐 북한이 코로나19로 닫은 국경을 개방할 예정이라는 신호가 나온 이후 외교관을 비롯한 해외 체류 인원 수십 명이 탈북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망명해 국내에 입국한 리 전 참사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리 전 참사는 "당시 상당한 동요가 있었고 대사관 인력, 지원 인력, 해외 파견 노동자 등 정말 많은 분이 탈출을 시도했다“면서 탈북 시도자 중 일부는 성공했지만 실패해 참혹하게 북송된 이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실종된 북한 모자는 외무성 직원의 가족이라면서 탈북에 실패해 북으로 강제 송환됐다고 덧붙였다.

리 전 참사는 쿠바를 떠나기 전까지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기 위해 본부에 여러 차례 보고서를 제출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과 몽골에 이어 세 번째로 쿠바 대사의 신임장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리 전 참사는 북중 관계에 대해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명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중 국경 개방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등을 증거로 들며, 북한이 대중 관계 회복보다는 러시아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이 자신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여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 정권이 북미 수교와 경제 지원을 목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 대선 후보)의 재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2기의 북미 정상회담이 외무성 주도로 준비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리 전 참사는 남북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작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2국가 관계로 선언하기 몇 달 전부터 '두 개 국가로 갈라서기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해외 북한식당에 한국 손님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해외 공관에는 '대한민국' 호칭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불허하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리 전 참사는 북한의 청년층을 ‘한류세대’로 규정하며, 북한 당국의 폭정과 총살까지 동원한 공포 정치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청년층이 북한을 변화로 이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잠재적 힘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리 전 참사는 북한 정권의 조기 붕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공포 정치와 연좌제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며 조기에 붕괴할 것이라는 외부 관측에 대해 "정말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독재는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며 "그것을 기다리기보다는 가속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외교관 직제에서 참사는 주로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고위 외교관 직위를 말한다. 이 직위는 한국의 '참사관'과 유사한 개념이다. 주재국과의 외교 관계를 관리하고, 대사나 공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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