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학교폭력 실태조사'...발표 연기로 은폐 의혹 일어
2024-07-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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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재단 조사 결과 학폭 피해로 인한 고통 역대 최고치
교육부가 이번 달 내로 발표하기로 했던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공개를 돌연 연기했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6일 오전까지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31일 발표하기로 했다가, 26일 오후 급작스럽게 결과 발표를 9월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연 2회 공표가 의무화된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초·중·고교생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본 적 있는지, 어떤 유형의 피해를 봤는지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매년 상반기에 조사가 진행되는 1차는 전수조사, 하반기에 이뤄지는 2차는 전체 학생의 4%가량을 추출한 표본조사로 시행된다.
교육감이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연 2회 이상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교육부는 각 교육청이 조사한 결과를 취합해 1년에 두 차례 발표해 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발표되기로 했던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기약 없이 미뤄져 왔다.
올해 초 "늦어도 4월 말까지는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하겠다"던 교육부는 실제론 상반기가 지나서 7월 말이 돼서야 겨우 발표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뒤집고 발표 시점을 느닷없이 더 미루기로 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소관 부서에서 올해 상반기에 실시한 조사(올해 제1차 실태조사)는 최대한 빨리 처리해서 2학기에 (현장에서) 쓸 수 있게 9월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한 달 반에서 두 달 사이에 그런 것(대응 정책)을 발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두 조사를) 합쳐 발표하고 정책을 설명하겠다고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설명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악화하자 교육부에서 이를 숨기기 위해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학교폭력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정책의 효용성이 나타나지 않자 이를 은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이 지난 24일 발표한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이 역대 최고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지난해 39.9%로 지난 3년간 가장 높았다. 2021년은 26.8%, 2022년은 38.8%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구 대변인은 "(2023년 2차 실태조사 결과를) 아예 발표하지 않는 게 아니라, 9월에 결과를 같이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치를 은폐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당연히 부담을 느껴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저희 책무"라며 "의사결정이 늦어져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하지 않으면 각 교육청은 연 2회 이상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