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오심 인정? 허미미 꺾은 '유도 세계 1위' 데구치, 의미심장한 말 남겼다
2024-07-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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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여자 57㎏ 결승에서 재일동포 허미미가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에게 연장전 반칙패를 당하며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일본에서 귀화해 한국 여자 유도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허미미(22·경북체육회·세계랭킹 3위)가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에게 석연찮은 반칙패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승자 데구치가 경기 직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30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결승전에서 허미미는 연장전(골든스코어) 포함 6분 35초간의 혈투 끝에 패배했다. 연장 2분 35초, 허미미는 데구치에게 안다리걸기를 시도하다가 위장 공격 판정을 받고 반칙패했다. 당시 두 선수는 지도 2개씩을 받은 상황이어서 더욱 아쉬운 판정이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벌칙을 준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로 기록되기 때문에 허미미의 패배는 더욱 아쉬웠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그는 "아쉽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에 나가 정말 행복했다. 메달을 딴 것도 너무 행복하다"며 "(애국가 가사를 미리 외웠는데)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는 각오도 밝혔다.

금메달을 목에 건 데구치는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도 판정에 대해 "어려운 질문이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위장 공격에 대한 판정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데구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며 결승전 판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조구함 해설위원 역시 심판의 판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구치에게 지도가 주어져야 한다. 데구치가 의도적으로 오른쪽 깃을 잡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는 반칙"이라며 "왜 허미미에게 지도를 주나. 더 공격적인 건 허미미인데"라고 말했다. 허미미가 안다리, 업어치기 등 더 많은 공격을 시도했고 시간을 끈 건 오히려 데구치였다는 의견이다.
김미정 한국 여자유도 대표팀 감독도 경기를 마치고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허)미미가 절대 위장 공격을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미가 주저앉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서 공격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캐나다 선수가 딱히 공격했던 것도 아니었다. 약간 유럽이라는 게 (판정에) 조금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허미미는 지난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 귀화했다. 그가 대한민국 국적을 택한 이유는 할머니가 "손녀 미미가 꼭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 중인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