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가운데서 갑자기 벌어진 일…버스 기사가 소화기 들고 달려나갔지만
2024-08-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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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나쁜 소식이 들려 매우 안타깝다”
도로 한복판에서 분신을 시도한 남성을 근처에 있던 시내버스 기사가 구조했으나, 병원 치료 중 결국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1일 부산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부산에서 131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강신모(50대) 기사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쯤 연제구 신리삼거리 근처에서 신호 대기 중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50대 남성 A 씨를 발견했다.
당시 A 씨는 건널목이 아닌 차도 한가운데로 걸어오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액체로 온몸이 젖어있던 A 씨의 바지 밑으로는 기름으로 추정되는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다 잠시 도로 위에 멈춰 선 A 씨는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불은 순식간에 A 씨의 얼굴까지 옮겨붙었고, 그는 괴로워하며 바닥에 굴렀다.
그 모습을 본 강 기사는 승객에게 119로 신고를 요청하고 버스 안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뛰쳐나갔다. A 씨의 온몸을 감싼 불을 끈 강 기사는 구급대가 출동할 때까지 현장을 지켰다.
A 씨는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에 의해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 씨는 지난달 16일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가족과 직업이 없고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평소 술에 취해 지인들에게 "생활이 힘들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기사는 “평소 회사에서 진행하던 안전교육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 속에 바닥에서 구르던 사람이 몸에 붙은 불이 꺼진 뒤에는 앉아 있었고 119에 넘겨지는 것까지 확인을 했다”며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나쁜 소식이 들려 매우 안타깝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한편, 조합은 강 씨에게 ‘운행 중 발생한 승무원 미담 사례 관련 포상’을 수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