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2세... 명동 황제 전국구 주먹, '신상사' 신상현 별세

2024-08-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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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일 “하늘나라서 편히 쉬시길”

원로 주먹 신상현 씨가 전날 오전 5시쯤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고인이 남긴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 표지 재촬영. / 연합뉴스
고인이 남긴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 표지 재촬영. / 연합뉴스

유족은 부인 김정자 씨와 자녀 해철·여철·남철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발인은 오는 12일 오후 1시 30분이다. 장지는 봉안당 홈이다.

월간중앙 한기홍 기자가 대신 쓴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2013)에 따르면 1932년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숭실고등보통학교를 중퇴했고, 6·25 전쟁 당시 대구 특무부대에서 1등 상사로 근무한 경력 때문에 '신상사'라는 평생의 별명을 얻었다.

1954년 대구에서 상경한 뒤 명동 중앙극장 옆에 둥지를 틀었다. 우미관의 김두한, 명동의 이화룡, 종로파(나중엔 '동대문파'로 불림)의 이정재가 3각 구도를 이룰 때였다. 고인은 독자 조직을 꾸리며 명동연합에 느슨하게 결합했다. 1958년 9월 '충정로 도끼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1960년대 중반 조직을 재건한 뒤 1970년대까지 명동을 장악하고 신상사파 보스로 활동했다. 당시는 회칼로 무장한 조직폭력배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당시 그의 행적은 2002년 SBS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오상사(라재웅 분)란 배역으로 알려졌다.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에 따르면 그는 "탁월한 발차기 실력, 번개 같은 선제공격, 단호하고 과감하게 상대의 눈을 순식간에 찌르며 급소를 가격하는 능력이 출중"했다. 마산의 전설적인 주먹 구달웅, 서순종 전 세기프로모션 회장 등이 부하였다. 일본 야쿠자 조직과 함께 관광호텔 카지노를 운영해 수입을 올렸지만 마약과 사채, 유흥업소 관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90년 전직 대통령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을 때도 고인의 명동 조직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 머리말에 "이익을 탐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저는 잘 모르는 분야는 쳐다보지 않았고, 범죄꾼과의 결탁은 한사코 반대했습니다. 제가 말년에 이르기까지 주변 사람들의 구설에 크게 오르지 않은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으며 자신의 인생을 술회했다.

이 외에도 고인은 중고차판매업 등에 뛰어들어 상당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한지일이 고인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사진=한지일 페이스북
배우 한지일이 고인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사진=한지일 페이스북

이날 원로배우 한지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주먹세계 전설 큰형님 명동파 신상사, 신상현 선배님께서 10일 오전 소천하셨다"면서 "주먹계 대부이신 신상현, 각종 주먹세계 드라마에 늘 따라다니던 신상사, 드라마 속 인물과 달리 그 인자하심이 아주 그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큰 형님,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 하늘나라에서도 편히 쉬시길"이라며 그를 추모했다.

home 이범희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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