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62개 객실에 설치된 '이것들'이 인명 피해 더 키웠다
2024-08-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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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카펫 많은 호텔, 유독가스 다량 발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부천 모텔 화재 사건의 피해를 부추긴 원인으로 유독 가스가 지목됐다.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께 경기 부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9층짜리 모텔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해당 모텔의 62개 객실에 설치된 침구류로 인한 유독 가스가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3일 JTBC를 통해 "일단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면 초기 소화에서 인명 피해를 줄였을 가능성이 높다. 또 호텔 특성상 (불이 잘 붙는) 매트리스라던가 이불, 카펫 등 유독 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가연물이 많아서 인명 피해가 더 크지 않았나 판단이 된다"라고 밝혔다.
실제 매트리스나 이불, 카펫 등 침구류 등은 불이 붙을 경우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탄소 등 유독한 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스들은 산소 공급을 차단해 질식할 위험이 높아 호흡 곤란이나 의식상실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해당 호텔은 2000년대 초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스프링클러는 11층 이상 숙박업소부터 설치 의무를 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부터는 6층 이상의 신축 건물마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그전에 지어진 해당 호텔은 9층 건물이었으므로 초기 소화에 효과적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어 화재 원인과 관련해선 "내부에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봐서는 전기적인 원인을 우선 들 수가 있다. 그 외에도 방화나 실화 등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면밀한 조사를 거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소방이 피해자들을 옥상으로 대피시키거나 사다리차를 동원해 구조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사다리차는 이번에 펼쳐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사다리차를 펼치려면 아우트리거를 펼쳐서 사다리차를 잘 고정해야 하는데 그걸 펼치려면 6m 정도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 공간이 없지 않았나 싶다. 또 경사진 곳에서는 사다리차를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다리차를 잘 펼쳤으면 인명 피해를 줄이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추정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투숙객 두 명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방 관계자는 23일 밤 12시 45분 최종 브리핑에서 "에어 매트리스에 떨어지신 두 분 다 사망한 게 맞다"라며 "최초에는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요구조자 분께서 밑으로 뛰어내리면서 뒤집힌 것으로 현재 파악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 교수는 "일반적으로 에어매트가 (뛰어내리는 충격으로) 잘 뒤집히지 않는데 피해자가 가운데로 뛰어내리지 않고 가장자리로 뛰어내릴 경우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에어매트가 뒤집힌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뛰어내리면 그땐 충격 흡수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때는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에어매트로 뛰어내릴 때는 반드시 입을 꼭 다물고 손을 가슴 쪽으로 모은 뒤 뛰어내려야 한다. 또 엉덩이부터 뛰어내리는 것이 안전하다. 뒤로 뛰어내릴 경우 에어매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가 있으므로 앞으로 뛰어내리되 다리를 최대한 들어야 엉덩이부터 떨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