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뭔가 타는 냄새가 나요” 말하고 방 바꾼 투숙객의 생사 확인됐다
2024-08-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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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호서 발화한 듯... 객실 교체한 투숙객, 가까스로 목숨 건져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에서 한 투숙객이 가까스로 화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투숙객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 방에서 이상한 타는 냄새를 감지하고 객실을 바꾼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등 관계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여 전날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조사한다.
화재는 지상 9층짜리 호텔의 8층 객실에서 발생했으며, 소방당국은 8층의 한 객실에서 아직까지 원인을 밝히지 못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지점으로 지목된 객실은 810호다. 불이 났을 땐 비어 있었던 곳이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 한 투숙객이 해당 객실에 짐을 풀었다가 타는 냄새를 감지하고 방을 교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 전 한 투숙객이 타는 냄새가 난다며 방을 교체했다면서 정확한 시간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불이 객실 내 어디에서 어떻게 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객실에 묵으려 했던 투숙객은 객실을 교체한 덕분에 화재 현장에서 벗어나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의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다른 투숙객들은 불행하게도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인접 소방서 5~6곳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신속 대응했다. 화재 발생 19분 뒤 소방 경보령이 발령됐으며, 약 3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26분쯤 불길을 모두 진압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50대 투숙객 7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남성은 4명, 여성은 3명이다. 이들 중 남녀 2명은 화재 발생 후 투숙객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이 건물 밖에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끝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상자 대부분은 810호 객실 인근의 8∼9층 투숙객으로 알려졌다.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순식간에 건물 내부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호텔은 2003년 준공됐다. 당시 법령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불길이 확산하기 전 진압하거나 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