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옥탑방 시멘트 암매장' 무려 16년간 아무도 몰랐던 이유는... (거제시)
2024-09-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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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복합적... 묻힌 장소 특수하고 실종 신고도 늦어
동거녀 시멘트 암매장 사건이 16년 동안이나 묻힌 이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잔인한 살인과 시신 은닉이 발생했음에도 오랜 기간 아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은닉한 50대가 16년 만에 범행이 들통나 구속됐다.
23일 경남경찰청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A(58)씨는 2008년 10월 10일 오후 경남 거제시 한 원룸 옥탑방에서 당시 동거했던 30대 여성 B씨와 다투다가 둔기로 B씨의 머리와 얼굴을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B씨의 시신을 여행용 천 소재 가방에 넣고, 옥탑방 야외 베란다로 옮겨 벽돌을 쌓은 후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은닉했다. A씨는 시멘트로 만든 구조물 속에 B씨를 감춘 후 2016년까지 8년 동안 그 집에서 생활했으며, 이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후 집은 빈집으로 방치됐다.
A씨는 2011년 B씨 가족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을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사건 당시 CCTV나 결정적 증거가 없었고, A씨는 범행을 부인해 경찰 수사망을 벗어났다. 그러나 16년 만에 건물 누수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우연히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시신을 발견하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A씨를 체포했으며, A씨는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다만 시신 은닉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돼 살인 혐의로만 A씨는 처벌받게 될 예정이다.
A씨 범행은 왜 16년 동안이나 묻힌 것일까.
먼저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특수성이 중요한 요인이 됐다. B씨 시신은 A씨의 거주지였던 거제시 원룸 옥탑방 야외 베란다에 은닉됐다. 이 장소는 외부에서 쉽게 접근하거나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또한 A씨가 시멘트를 부어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은 크기도 작고 견고한 까닭에 누군가가 우연히 발견하기 어려웠다. 냄새 또한 두꺼운 콘크리트층에 의해 차단돼 시신 부패로 인한 악취가 새어나오지 않았기에 이웃이나 건물주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B씨의 사회적 고립도 큰 영향을 미쳤다. B씨는 평소 가족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B씨 실종 신고도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나 지난 2011년에야 접수됐다. 사건이 발생한 2008년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까지의 시간차가 경찰 수사 착수 시점을 크게 지연시켰다. B씨가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었던 점도 사건이 오랫동안 은폐될 수 있었던 이유로 작용했다.
A씨의 치밀한 은닉 방법과 범죄 이후의 행동이 결정적이었다. A씨는 범행 후에도 그 집에서 8년 동안 살았고, 이후 마약 투약 혐의로 2016년에 구속된 후에도 그 집은 빈집으로 방치됐다. A씨가 구속된 후 건물주는 해당 옥탑방을 명도 소송을 통해 다시 점유했으나, 주거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의류 보관 용도로만 활용했다. 그로 인해 방을 철저히 조사하거나 정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6년 동안 아무도 시신이 은닉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경찰 수사 초기 단계에서 A씨는 능숙하게 법망을 피했다. B씨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경찰은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나 A씨는 B씨와 헤어졌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 시점에서 사건이 이미 3년이나 지나 있었고, CC(폐쇄회로)TV나 통화 기록 같은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해 경찰은 A씨를 체포하거나 강하게 의심할 수 없었다. 결국 실종 사건은 미제로 남았고, 이는 사건이 더욱 장기화된 이유 중 하나다.
사건의 결정적 전환점은 16년 만에 이뤄진 누수 공사였다. 지난달 원룸 건물의 누수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우연히 콘크리트 구조물을 파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