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홍명보 감독 선임 전에 돌연 사임한 이유
2024-09-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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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전 위원장 “건강 문제도 있었다”
정해성(전 축협 전강위원장)이 홍명보 선임 전 돌연 사임한 이유가 밝혀졌다.
정 전 위원장이 6월 말 돌연 사임을 발표해 축구계를 놀라게 했던 이유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를 통해 드러났다.
정 전 위원장은 감독 선임 과정의 어려움과 건강 문제를 사임 이유로 꼽았다. 정 전 위원장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건강 문제도 있어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전 위원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뒤 마이클 뮐러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후임으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에 임명돼 새로운 사령탑을 찾는 중책을 맡았다.
감독 선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제시 마쉬, 헤수스 카사스 등 유력 해외 후보들과의 협상이 결렬되며 새 후보를 물색해야 했다. 이후 정 전 위원장은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 홍명보 감독을 최종 후보로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추천했다.
지난 6월 21일 열린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홍 감독은 위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홍 감독과 바그너 감독이 각각 7표씩 받았고,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홍 감독을 1순위로 추천했다. 하지만 사임 하루 전 정 회장이 외국인 후보들과도 직접 면담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결국 정 전 위원장의 사임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며 사임 이유를 더욱 구체적으로 밝혔다. "홍 감독을 1순위로 정했지만 2, 3순위 후보들과 면접을 보라고 하니 내가 내린 결정이 무의미해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을 최우선으로 추천했음에도 정 회장이 후보들과의 면담을 요구해 정 회장이 홍 감독을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홍 감독을 추천받았지만, 공평성을 위해 나머지 두 외국인 감독과도 직접 면담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정 위원장이 면담을 위해 출장 일정을 잡겠다고 했지만, 이튿날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혀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이 자신의 요청을 오해해 사임했다는 것이다.
홍 감독을 최우선으로 삼은 정 전 위원장은 정 회장의 외국인 감독 면담 요구를 자기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여기에 건강 문제와 가족들의 권유까지 더해져 사임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