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총격범이 인질극 벌여... 충격에 빠진 미국
2024-09-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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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대중교통 안전 문제 다시 도마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서 총격범이 인질극을 벌였다. 운행 중이던 버스에 총기를 든 괴한이 올라타 승객 한 명에게 총격을 가한 후 약 1시간 동안 운전기사를 인질로 삼아 경찰과 대치했다. 승객 1명이 목숨을 잃었다.
25일(현지시각)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45분쯤 LA 맨체스터와 피게오라 지역에 있던 시내버스에서 긴급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총격범이 버스에 올라타 벌어진 사건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오전 1시가 조금 지난 시각 인근 지역에서 해당 버스를 발견했지만, 버스는 경찰의 정차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 운행했다. 경찰은 곧바로 추격을 시작했고, 특공대를 지원 요청해 무장 괴한에 대비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추격 끝에 경찰은 차량의 타이어를 찢는 스파이크 스트립을 사용해 버스를 멈춰 세웠다.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고 버스 안에 운전기사와 두 명의 승객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 중 한 승객은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쓰러진 상태였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다른 승객과 운전기사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초기 조사에 따르면 범인은 버스에 처음 탑승하자마자 기사와 말다툼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승객 한 명에게 총을 쐈다. 이를 본 승객들이 버스에서 황급히 내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버스 기사에게 총을 겨누고 계속 운전하게 했고, 기사는 최대한 침착하게 버스를 운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범인은 51세의 러몬트 캠벨다. 그러나 희생자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LA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강력 범죄에 노출된 최근 사건들과 이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LA 지하철 메트로 B 라인에서 칼을 휘두른 괴한이 50대 여성 승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3월에는 총을 든 남성이 납치한 시내버스가 여러 대의 차량과 충돌한 후 결국 호텔 벽에 부딪힌 사건도 발생했다. 연이은 범죄로 인해 LA 대중교통의 안전 문제가 다시 한 번 부각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LA시가 2028년 LA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심의 치안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LA의 치안 불안은 시민뿐만 아니라 올림픽을 앞둔 국제적인 관심사로도 떠오르는 상황이다.
사건 후 캐런 배스 LA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배스 시장은 "이번 사건은 LA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모든 시민이 안전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트로 측과 협력해 시스템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이번 사건 당시 버스에 설치된 보호용 칸막이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칸막이 덕에 버스 기사는 사건 발생 직후 비상 버튼을 눌러 경찰에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었으며, 버스 전광판에 "911에 신고해달라"는 메시지를 띄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스 시장은 이 같은 칸막이를 연말까지 모든 시내버스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