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도시락부터 참치라면까지, 편의점MD 5인

2016-06-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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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CU 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 세븐일레븐 동원참치라면, 세븐일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CU 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 세븐일레븐 동원참치라면, 세븐일레븐 빠삐코, 비비빅라떼

편의점 'PB상품' 인기가 뜨겁다. PB상품 품절 사태도 이젠 낯설지 않다. PB(Private Brand) 상품은 편의점이 자체적으로 만든 상품을 뜻한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기획할까? 편의점 CU(씨유)와 세븐일레븐 MD 5명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MD(Merchandiser)'는 이 PB상품을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기획하고 제조, 유통까지 총괄하는 직위다.

왼쪽부터 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 한판 도시락 / 이하 위키트리

종합유통업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히트작은 '백종원 도시락'이다. 간편식품팀 김정훈 팀장은 험난했던 '백종원 도시락'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그는 백종원 도시락 기획을 총괄했다.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김정훈 팀장

1. 백종원 도시락 메뉴는 전부 백종원 씨가 정한 것인지.

-서로 의견을 낸다. 단 레시피에 대해서는 100% 백종원 대표 확인을 받는다. 소시지, 계란말이 조합도 백종원 대표가 결정했다. 맨 처음 우리가 준비해갔던 제품 20개는 단 하나도 백종원 대표에게 오케이 받지 못했다. (웃음)

(개발 단계에서는) 서로 기분 나쁠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백종원 대표는 "맛있지 않으면 재구매하지 않는다"며 맛을 강조했다. 하지만 (편의점) 현장에는 셰프가 없다. 유통과정까지 고려해야 돼 수정이 필요했다. 백종원 한판 도시락과 매콤불고기 도시락은 레시피만 6~7차례 바뀌기도 했다.

도시락 메뉴 직접 만들고 있는 백종원 씨 / 페이스북, CU

2. 백종원 씨가 만든 도시락 메뉴를 맛 보는 과정도 궁금한데.

(맛 보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이건 너무 짠데?" 등 의견이 오고 간다. 아, 백종원 대표 음식이 달다는 평가가 많은데 (본인은) 단맛을 굉장히 경계하는 편이다. MD들이 처음 테스트 키친에서 (도시락을) 맛 봤을 땐 '집밥 백선생' 패널이 된 기분이었다고 하더라.

백종원 대표 역시 식사를 하고 와도, 아무리 배가 불러도 자신이 만든 요리 품평을 할 때에는 끝까지 다 드신다. 먹는 것에 대해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다.

3. 백종원 도시락이 3~4개월, 긴 준비과정을 거친 후 출시됐다. 어떻게 인기를 끌게 됐다고 생각하나

백종원 대표는 요리 연구가이기 때문에 (도시락이 맛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양쪽 모두 컸다.

다른 편의점 도시락과 함께 놓고 먹어 본 다음 '경쟁력 있겠다' 한 것만 출시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도 했다. 메이커를 가린 채 비슷한 반찬들만 비교하면서 먹어봤다. 불고기가 있다면 반찬만 따로 떼서 먹어보는 식으로. 다른 도시락 반찬이 더 맛있기도 하다. 그러면 다시 보완했다.

지난해 12월 CU가 야심차게 내놓은 백종원 도시락은 크게 성공했다. 백종원 도시락은 '편의점 매출 최강자'로 불리는 소주와 바나나맛 우유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다. 국내에 편의점이 등장한 지 27년 만에 있는 일이다.

김 팀장은 "다음 도시락은 방송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백종원 비법 레시피로 만든 정식 도시락이 될 거다"고 귀뜸했다. 그는 "다들 백종원 만능 간장을 왜 안 쓰냐고도 묻지만, 히든카드로 쟁여두고 있다"며 웃었다.

BGF리테일

소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빅요구르트도 처음엔 '거절' 당하던 존재였다.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정승욱 과장은 "(많은 사람들이) '누가 무식하게 500ml짜리 음료를 먹냐'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는 빅요구르트를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만든 MD다.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정승욱 과장

정 과장은 "큰 요구르트에 대한 수요가 없다고 생각해 제조사들이 설비 투자를 망설였다"고 했다.

정 과장은 빅요구르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디자인'을 꼽았다. 빅요구르트는 앙증맞은 요구르트(60ml)와 디자인과 모양이 똑 닮았다. 그는 "빅요구르트가 우유팩 용기에 있었으면 뜨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 과장은 "출시 전에는 사람들이 이걸 재밌게 볼까, 징그럽게 볼까 고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 덩치 하는 270ml짜리 빅요구르트는 거꾸로 "커서 귀엽다", "신기하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2015년 5월 기준으로 2014년 대비 매출이 187.6% 신장했다. 이후 10~20대 남성 고객을 겨낭한 450ml짜리 '빅요구르트 XXL'도 출시됐다.

지난 3월 출시된 '동원참치 라면'과 '동원 고추참치 라면' / 이하 위키트리

롯데쇼핑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참치라면'도 동원참치 관계자 설득만 4개월이 걸렸던 제품이다. 동원참치캔을 떠올리게 하는 '참치라면'과 '고추참치 라면'은 SNS에서 화제가 됐다.

코리아세븐 상온식품팀 정수영 MD는 "포장 디자인을 따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동원참치가 동원 대표 제품이라 그런지 허가 받는 게 까다로웠다"며 "상품이 성공할지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제품 디자인 사용 허가를 주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참치라면 2종 개발에는 1년이 걸렸다.

동원참치 라면을 들고 미소 짓고 있는 코리아세븐 상온식품팀 정수영 MD

동원F&B, 팔도와 협업한 참치라면 2종은 출시된 지 1주일 만에 20만 개가 팔렸고, 라면 카테고리에서 매출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 4월 아이스크림 라떼 3종(빠삐코·비비빅·더위사냥 라떼)을 선보인 코리아세븐 음료주류팀 장채윤 MD도 제품 개발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예로 비비빅라떼는 흔한 맛이 아니다. 카페 같은 경우 바로 섭취해서 상관 없는데, 이건 가공 식품이다보니 유통기한 잡는 게 까다로웠다”고 했다. 이어 “맛을 잡다 보면 유통기한이 하루도 안 되고, 유통기한이 길어지면 맛이 떨어졌다”고 했다.

수많은 뒷이야기를 낳으며 각종 고충을 겪는 MD들이지만, 주변 지인 뿐 아니라 회사 안에서도 부러운 눈빛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맛있는 것 시식도 많이 하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코리아세븐 음료주류팀 장채윤 MD

아이스크림 라떼 3종(빠삐코·비비빅·더위사냥 라떼)을 선보인 장채윤 코리아세븐 음료주류팀 MD는 "주변에서 '일 되게 재미있게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제가 점점 살이 찌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저 일도 고충이 있구나. 직업병이다'라고 하더라"고 했다

세븐일레븐 제공

같은 달 북해도 컵케이크 4종을 출시한 임이선 신선팀 MD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디저트 특성상 밥을 먹고 시식하기도 한다"며 "입사 전이랑 비교하면 살이 굉장히 많이 쪘다"고 전했다.

동원 참치라면, 아이스크림 라떼, 북해도 컵케이크 MD들은 모두 "제품 반응이 너무 궁금해 SNS 댓글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MD들은 제품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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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이인혜 기자가 함께 썼습니다.

*사진·영상=김수진 기자, 김이랑 디자이너(@good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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