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칼 찔려 피 흘리는 엄마를 방치한 채 가버렸습니다”

2019-09-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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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식당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
청와대 국민청원 “계획적인 보복 살인 미수범을 피해 평생 숨어 살아야 합니다”

충남 당진에 있는 식당에서 한 남성이 흉기로 난동을 부렸다. 출동했던 경찰은 피 흘리고 있는 피해자를 방치한 채 괜찮냐는 말 한 마디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계획적인 보복 살인미수범을 피해 저희가족은 평생 숨어살아야 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글을 쓴 피해자 딸은 피의자에게 타당한 죄값이 내려지길 바라는 마음과 계속해서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대해 남겼다. (원문)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내용에 따르면 지난 11일 피해자는 식당 일을 마무리하던 중 한 남성이 다짜고짜 들어와 휘두르는 칼에 찔렸다. 해당 남성은 이미 피해자에게 보복 살인을 예고한 사람이었다.

지난달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하던 남성 A 씨는 가게 앞 화분을 깨고 욕설과 폭행을 하려는 등 난동을 부렸다. 신고를 당한 A 씨는 즉결 심판을 받자 피해자에게 찾아가 "내가 너 죽이러 온다"라며 살인 예고를 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매일 CCTV를 확인하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없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내놓았다.

문제가 된 것은 이뿐만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나 사건이 벌어지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유유히 걸어와 식당 밖에서 말로 회유했다. A 씨가 다시 식당에 들어가 피해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심지어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피해자를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CCTV 영상 캡쳐 (왼) 경찰, (오) 피의자 A 씨 / 연합뉴스TV
CCTV 영상 캡쳐 (왼) 경찰, (오) 피의자 A 씨 / 연합뉴스TV

청원글 작성자는 "(CCTV에서) 피의자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엄마를 위협하는데 경찰은 멀리 떨어진 채 아무런 진압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라며 "경찰은 피의자가 칼을 두고 나오자 수갑도 채우지 않은 채 파출소로 데리고 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이후 피해자는 구급차가 도착할 동안 혼자 방치돼 있었다.

작성자는 "내 눈앞에서 경찰에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보호 받을 수 있는가"라며 호소했다. 또 "엄마는 평생 숨어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19일 기준 5800여 명이 참여했다.

피해자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당진 경찰서 관계자는 2인 1조로 출동해야 하는데 한 명만 출동했다는 점,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점 등을 놓고 연합뉴스TV에 "(조치가) 적절했는지 경찰서에서 확인하고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 경찰관은 "A 씨를 자극해 더 큰 피해를 우려했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관은 대기 발령 조치됐다.

충남 당진 식당 CCTV 영상 / 연합뉴스TV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