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촌각 다투는데... ‘전기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라고?

2019-09-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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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바람 타고 배달업계 전기이륜차 도입 유행
주행 거리, 배터리 용량, 배터리 표준화 등 ‘걸림돌’
운행 시간 짧고 충전도 어려워 배달용으로 부적합

지난 4월 서울시는 2025년까지 배달용 이륜차 10만대를 전기이륜차로 교체하고 주행거리 향상, 배터리 용량 증대, 배터리표준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시는 2025년까지 배달용 이륜차 10만대를 전기이륜차로 교체하고 주행거리 향상, 배터리 용량 증대, 배터리표준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친환경 바람을 타고 배달업계에서 전기 오토바이가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문제, 수리 불편, 구매 보조금 부족 등이 발목을 잡는 까닭에 업계 전반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025년까지 배달용 이륜차 10만대를 전기 이륜차로 교체하고 주행거리 향상, 배터리 용량 증대, 배터리표준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헛, 맥도날드, 교촌치킨과 배달 서비스 업체 배민라이더스, 부릉, 바로고와 전기 이륜차 전환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륜차는 소형 승용차보다 미세먼지 주요 발생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을 6배 이상 배출한다.

하지만 배달기사들의 전기 이륜차 자발적 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전기 이륜차가 배달용으로 적합한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 문제 때문이다. 당장의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배달기사로선 운행시간이 짧고 외부에서 배터리 충전이 어려운 전기 이륜차로 교체하는 것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실제로 국내 업계 1위 대림오토바이의 전기 이륜차 ‘재피’의 경우, 배터리 완충까지 3시간 30분 걸린다. 최대 충전시간인 6시간을 초과하면 전체 예상 수명이 감소될 수 있어 틈틈이 충전시간 확인이 필요하다.

배달기사의 하루 주행거리를 100㎞로 가정했을 때 재피는 배터리를 완충하면 40㎞ 정속 주행 시 100㎞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70㎞/h다. 다만 매뉴얼은 배터리 잔량이 30%가량 남았을 때 충전을 권하고 있다. 30% 이하로 떨어지면 점멸신호가 들어와 도로 주행이 힘들어지기 때문. 배달을 이어가려면 최소 하루 두 번은 배터리 충전 시간을 가져야 하는 셈이다. 엔진이륜차는 6리터당 200~300㎞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80㎞/h다.

무소음은 전기 이륜차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소음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근처에 이륜차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차량 사각지대에서 사고 위험이 커진다.

배터리 표준화가 안 돼 제조사 지정 배터리만 장착 가능하다는 점도 전기 이륜차의 보급을 막는 장벽이다. 이밖에 정부의 전기 이륜차 구매 보조금 예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다.

배달대행 2년차인 A씨는 “배달용으로 전기 이륜차는 힘들다. 일반 수리센터에 전기 이륜차 수리기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기 이륜차 전용센터가 멀리 있다면 용달을 불러 이송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생긴다. 아무래도 가솔린 이륜차가 주행거리도 더 길기 때문에 배송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퀵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우린 시간이 곧 돈이다. 배송기사들이 오전부터 저녁까지 뛰는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서울 끝에서 끝만 가더라도 40~50㎞가 나오는데, 하루 100㎞가 훨씬 넘는 거리를 전기 이륜차로 달리는 건 부담스럽다. 휴대전화처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 이륜차로 굳이 바꿀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