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당이 홍콩 시위를 절대 언급하지 않는 이유 (영상)

2019-10-2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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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실리를 추구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한국 정치인으로는 이례적으로 홍콩 시위 지지 입장 밝힌 이준석 최고위원

유튜브, 권상민 기자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할 줄은 몰랐다"

한 진보 성향 국회의원 보좌관이 사석에서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공식 입장이나 당론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도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 흔한 SNS 글조차 쓰지 않고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바른미래당이 홍콩 시위 지지 성명을 발표하도록 힘을 썼다. 지난 8월에는 시위를 보기 위해 홍콩을 다녀오기도 했다.

무엇이 이 위원을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주변 정치인들은 홍콩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콩을 직접 방문한 이준석 최고위원 / 사진작가 김예현(@yehyun1231)
홍콩을 직접 방문한 이준석 최고위원 / 사진작가 김예현(@yehyun1231)

Q. 8월 31일 시위를 보기 위해 직접 홍콩까지 갔다 왔다. 이유가 뭔가?

홍콩인들은 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대한민국 사람들만 알아듣는 노래다. 우리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민주주의 선구자인데 홍콩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궁금했다.

Q. 시위 중에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시위대가 경찰에 쫓겨 퇴각하고 있을 때였다. 바리케이드 앞에 한국 지상파 3사 카메라가 몰려있더라. 방송이 선호하는 그림을 따기에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BBC는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쫓아 지하철 안까지 들어가는 모습도 찍었다. 홍콩 시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뉴스만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길 권한다.

예를 들어 지금 홍콩에서는 변사자, 자살자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건 국내 언론에서 심각하고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보라. 당시 실종자 유가족들은 지금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 비슷한 일이 지금 홍콩에서 진행 중이라면 (국내 언론은) 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Q. 바른미래당은 주요 정당 중에서 유일하게 홍콩 시위 지지 입장을 밝혔다. 과정을 말해달라.

내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당 차원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성명을 발표하도록 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도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는데 "국익을 고려해서 할 수 없다"더라. 그런 논리라면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3.1운동처럼 우리가 나중에 해외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있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Q. 홍콩 시위 지지하고 나서 주변 의원들 반응은 어땠나?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 사례를 말해주더라. 당시 김 의원은 중국에서 탈북자 인권 기자회견을 주최하려다 공안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 뒤로 몇 년 동안 중국 입국이 거부됐다더라. 그걸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정치인이 보복성 입국 금지를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정치와 외교를 하겠나.

Q. 직접 만난 홍콩 시민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홍콩에 갔을 때 대학생 단체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들이 홍콩 시위를 광주 민주화 운동과 비슷하게 생각해서 놀랐다. 심지어 "죽창 들고 싸우는 시위 문화는 어디서 배웠나?"라고 물으니 "그것도 한국에서 배웠다"고 하더라. 2005년 홍콩 WTO 회의에서 한국 농민들이 원정 시위하는 모습 보고 "시위를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라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한국은 이번 홍콩 시위에 영향을 많이 줬다.

Q. 홍콩 시민들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조슈아 웡이 이미 공개적으로 입장을 요구하지 않았나(조슈아 웡은 지난 10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17일 중화권 민주화 운동 단체를 통해 한국 정치권에 홍콩 시위 지지를 호소했다). 당연히 그럴 거다. 한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홍보하는 대통령과 민주당을 보면서 홍콩인들은 기대를 많이 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Q. 대통령과 여당은 홍콩 시위에 침묵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홍콩 대학생들이 묻더라. "3당인 바른미래당에서 홍콩 시위에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 그런데 1,2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왜 움직임이 없나”라고. 나는 "미안하지만 우리 대통령께서는 중국몽을 꾸겠다고 하셨다. '거대한 산과 같은' 중국과 함께 가겠다고 하셨다. 그분이 이끄는 여당에서는 (홍콩 시위 지지) 의견 내기 힘들 거다, 기대하지 마라"고 농담 삼아 얘기했다.

말하면서도 슬펐다. 홍콩인들에게 미안하더라. 그들은 적어도 대한민국이 당파를 가리지 않고 지원해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거대 정당 보면서 씁쓸해지더라.

Q. 우리 정부가 실리를 추구하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중국과의 관계는 중요하지 않겠나.

우리 정부가 정말 실리를 추구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일본하고는 신나게 싸우지 않나. 중국에는 실리를 내세우고 일본에는 명분을 내세운다? 희한하지 않나.

5.18 기념사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위 중에 경찰 실탄에 맞은 홍콩 고등학생 / 뉴스1,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5.18 기념사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위 중에 경찰 실탄에 맞은 홍콩 고등학생 / 뉴스1,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이준석 위원은 인터뷰 내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언급했다. 직접 만난 홍콩인들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자신들의 싸움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도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홍콩 시위에 대해서는 아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하 유튜브, 권상민 기자
이하 유튜브, 권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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