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속터져” '안똑똑한' 농협 스마트 앱 불만 속출…'오픈뱅킹' 도태되나

2019-11-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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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SNS에 “접속지연·접속오류” 뿔난 고객들…농협, 뒤늦게 “사태 파악중”

앱스토어 'NH스마트 뱅킹' 리뷰와 SNS상에 '농협어플'을 검색했을 때 뜨는 글. 왼쪽 상단과 오른쪽 하단은 트위터, 왼쪽 하단과 오른쪽 상단은 앱스토어 리뷰다. / 이다빈 기자
앱스토어 'NH스마트 뱅킹' 리뷰와 SNS상에 '농협어플'을 검색했을 때 뜨는 글. 왼쪽 상단과 오른쪽 하단은 트위터, 왼쪽 하단과 오른쪽 상단은 앱스토어 리뷰다. / 이다빈 기자

# 농협이 주거래 은행인 김 모씨는 스마트폰의 'NH스마트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금융 업무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났다. 앱 버튼을 눌러도 앱이 켜지지 않는 '튕김' 현상이 다반사다. 접속이 되더라도 속도가 너무 느려 김 씨는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휴대폰을 재부팅하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는 이달부터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범 운영되자, 냉큼 농협 앱을 삭제하고 타 은행 앱을 깔았다.

1570만명이 가입한 농협은행 모바일뱅킹 앱 'NH스마트 뱅킹'에 대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접속 대기가 길어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접속 오류로 통장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농협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뒷짐지고 있다. 소수의 금융 앱만이 적자생존하는 '오픈뱅킹' 경쟁에서 낙오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NH 스마트 뱅킹' 앱 평점은 5점 만점에 1.2점으로 은행권 최저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많게는 0.9에서 적게는 0.3점이 낮다.

오후 4시 기준 480여개가 달린 고객 리뷰에는 NH 스마트 뱅킹이 접속이 어렵다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이용자는 "앱 접속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며 "주거래 은행을 바꿔야하나 생각하는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다른 이용자는 "동일 환경에서 타 은행앱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농협 앱만 유독 접속이 안된다"며 "이것도 차별화 전략인가"라고 비꼬았다.

와이파이를 통해 접속할 때와 LTE를 이용해 접속할 때 속도차이가 난다는 평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한 리뷰어는 "시공간 제약없이 서비스를 받으려고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건데 와이파이를 찾아서 돌아다녀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기자가 농협은행 고객센터에 접속 오류 문제를 질문하자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속도가 다를 수 있다”며 "다른 앱 사용을 중지하거나 핸드폰을 재부팅하고 사용해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속시원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한 두명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지속적으로 앱이 열리지 않는다고 (센터에) 항의했는데 인터넷 접속문제로 몬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리뷰가 눈에 들어왔다.

실제 기자가 테스트해보니 일단 앱을 초기에 작동시키는 대기 시간이 길었다. '로딩 중' 창이 약 20~30초 동안 지속되며 단순 잔액조회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와이파이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LTE와 함께 접속을 시도하니 더욱 지체됐다.

소셜 미디어(SNS)상에서도 네티즌들은 비슷한 사연을 호소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농협 앱'을 검색해보니 "농협 앱 너무 느려 속터져", "농협 앱 일 안하냐" 등 성토의 글이 차례대로 올라왔다.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한둘이 아닌데도 농협 측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농협 관계자는 "고객센터로 그런 불만을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여러 방법을 안내 중이다"며 "정확한 원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개선 노력 중이다"고 답했다.

최근 은행 앱 하나면 다른 은행 계좌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 개막으로 금융사마다 고객 쟁탈전이 불붙고 있다.

농협도 모바일 채널 개편에 나섰다. 스마트뱅킹을 중심으로 오픈뱅킹 서비스에 나섰으며, 비대면 채널 3단계 혁신방안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객 불편을 적극 해결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다면 스마트 금융은 커녕 은행 경쟁력 저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home 이다빈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