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지주사 최초로 자사주 1000억 소각…주가 점화될까

2019-12-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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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보다 주가 상승효과 커…중장기 주가 흐름은 미지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뉴스1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뉴스1

KB금융지주가 국내 은행지주사 최초로 자사주 소각이라는 강수를 뒀다. 주주이익 환원이 명분이지만 주가 부양을 노린 처방이기도 하다.

자사주 소각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경기전망, 금리 등 국내외 거시 환경에 연동되는 금융업의 특성상 주식관리 조치만으로 중장기 주가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12일 KB금융은 예고한대로 약 1000억원 어치의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했다. 소각 규모는 총 발행 주식 수의 0.55%다. KB금융은 2016년부터 4차례에 걸쳐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KB금융 측은 "저금리·저성장 환경에서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 적극적인 주주 환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금융지주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간 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진행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법에는 크게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3가지가 있다.

자사주 소각은 매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이론상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나 매입한 자사주를 없애는 것으로,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1주당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앉아서 주식가치를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배당을 하면 16.5%의 세금(배당소득세)을 내야한다.

1000억원의 회사 자산을 ‘불태운다’는 결정에는 윤종규 회장을 비롯한 KB금융 수뇌부의 고민이 깔려있다.

KB금융 경영진은 '실적' 못지않게 '주가'에 목매는 처지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1조4151억원에서 지난해 3조619억원으로 4년만에 2배 넘게 늘었다.

반면 주가는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 11월21일 3만9200원에서 작년 1월 6만7700원까지 올랐다가 이날 현재 4만8500원으로 하향조정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이 인수합병(M&A) 실탄 용도 등으로 축적한 자사주가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사주 소각 결정으로 KB금융은 주가 상승 모멘텀(동력)이 생겼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의 목표주가를 최고 6만3000원으로 30% 이상 끌어올렸다.

문제는 자사주 약발이 단기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자사주 소각후 반짝 강세를 보이다 다시 주가가 내려앉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 경기전망, 금리 등 국내외 거시적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금융주는 일정 자사주 해소만으로 중장기 주가 강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새 성장동력을 찾지 않는다면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소각 즉시 순효과(주가 상승)가 바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제 정책, 증시 업황, 주식 경쟁력 등 외부요인으로 주식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적극적 투자로 체력을 키워야 할 기업이 자사주를 소비하는데 현금을 쓰는 것 자체가 성장성 정체로 읽혀지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부양만을 위해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소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잉여금을 신규투자에 투입하는게 나았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home 이다빈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