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표절 논란 휩싸인 송유근...학교 측 "공식 논문 아니다"

2016-05-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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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토리'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

SBS '뉴스토리'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19) 씨가 또 한 번 '표절논란'에 휩싸였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물리학 갤러리(게시판)에 '김물리'라는 별명을 쓰는 네티즌은 "최근 송 씨가 논문 저장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올린 중력파 관련 논문(☞바로가기)을 조용승 교수 논문과 비교해봤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조용승(67) 이화여대 교수는 송 씨의 과거 지도교수다.

(재업 죄송..) 송유근 논문과 조용승 교수의 논문을 비교해봄. - 물리학 갤러리
김물리는 송 씨의 논문과 조 교수가 지난 2011년 미국물리학회에 제출한 논문(홍순태 이화여대 교수 공저) '초기 우주의 끈 합동 역학(Dynamics of stringy congruence in early universe, ☞바로가기)'의 비슷한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교수의 이론은 당시 '조-홍 이론'이라 불리며 "빅뱅 이론과 초끈 이론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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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물리는 "송 씨의 베끼기 실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조 교수가 도출한 수식에 특정값을 대입하고, 논문 부록을 따다 붙이면 송유근 논문"이라며 평가절하 했다. 이 네티즌은 지난해 11월 송 씨가 미국천체물리학 저널에 제출한 논문에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김물리는 "송 씨의 논문에 저자로 조 교수가 들어가지 않으면, (송 씨의) 논문 작성 기여도와 상관없이 표절이 될 것 같다"며 "왜 조 교수의 이름이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맺었다. 이번 논문에는 박석재(59) 교수 역시 공저자로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표절 논란 당시 송 씨의 지도교수였다.

해당 게시물은 같은 날 조회 수 2만여 회를 돌파하며 관심을 끌었다. 송 씨의 논문을 검토한 전문가는 "(문제가 된) 과거 논문처럼 거의 대부분 표절된 건 아니지만, 성의 있게 썼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송 씨의 논문이 저널에 게재 승인된 건 아니"라며 "(대신) 저널에 투고하거나 투고할 예정이라면, 심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송 씨의 논문에) 표절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지만, 과거 논문처럼 거의 대부분이 표절된 (자기표절 포함) 것은 아니"라며 "하지만 성의 있게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 교수의 논문 결과만 인용해도 되는 것을 중간 과정까지 절반쯤 베껴 쓴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조 교수의 논문에서 발전한 게 있다면, 송 씨가 우주론 모형에 조 교수의 식을 대입해 층밀림(shear) 진화에 대한 해를 구해 현재처럼 등방함(보는 방향과 상관없이 일정한 값을 나타내는 것)을 보인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중력파를 언급했는데,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송 씨가 조 교수의 공식을 통해 특정 값을 유도한 건 맞지만, 기초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송 씨가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UST 관계자는 "(해당 논문은) 공식적인 저널 투고가 아니다. (표절로) 접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더이상 소모적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씨의 논문이) 내용 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널 게재가 아닌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올렸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아카이브'가 "허무맹랑한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곳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학의 한 우주과학부 교수는 "아카이브에는 누구나 논문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연구소 직원이나 관련 분야 학생들이 주로 이용한다"며 "만인에 공개되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내용의 게시물은 올라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교수는 "논문을 (저널 등에) 내기 전, 다른 사람들에게 연구 결과를 알리고 싶어 (아카이브에) 올릴 때가 있다"며 "저널 게재를 염두했다고 봐도 과장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송 씨의 이번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한 박석재 교수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참담한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며 장문의 해명글을 남겼다.

박 교수는 "인터넷에 또 악의에 찬 글들이 돌아다녀 사실을 분명히 밝히겠다"며 "논문도 아니고, 정보 공유를 위해 아이디어를 올리는 아카이브에 유근이가 올린 글을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썼다.

<개천기>를 쓰고 <개천가>를 지은 박석재의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박 교수는 "유근이와 저는 제 불찰로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할 바보가 아니"라면서 "아래 표절 검색 결과표를 보시면 명약관화하게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석재 교수 블로그

박 교수는 이와 함께 논란이 됐던 송 씨의 논문 PDF 파일을 첨부하며 "따뜻한 위로의 말은 기대하지 않으니, 제발 좀 내려버려두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송 씨와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국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재한 블랙홀 관련 논문이 '표절'로 밝혀지며 철회 통보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박 교수는 이에 기자회견을 열고 "제 불찰이다. 모두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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