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후배 디자인 베끼기 의혹에 “직원 실수”…직원 “위에서 시켜”

2019-05-23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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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이상봉이 밝힌 입장
'패션계 거장' 이상봉, 후배 디자인 도용 논란

유튜브, MBCNEWS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후배 디자이너 작품을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이상봉 씨가 후배 디자이너 A 씨 작품을 도용한 정황에 대해 보도했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8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열린 이상봉 씨 패션쇼에 본인 디자인을 제공했다. 당시 A 씨가 제공한 디자인은 체크무늬에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넣은 것이었다. 별도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은 A 씨에게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5개월 뒤, A 씨는 거래하는 공장에서 이상한 연락을 받았다. 이상봉 씨 회사가 의상 제작에 쓰일 원단 제작을 의뢰했는데, 패션쇼에 출품했던 A 씨의 디자인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A 씨 항의에 이상봉 씨 측 직원은 위에서 시켜서 했다고 주장했고, A 씨는 이상봉 씨에게 직접 연락해 항의했다. 이상봉 씨는 디자인 도용이 직원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이상봉 씨 측은 오해를 풀고 싶다면서도 처음 작업 제안 당시 모든걸 상품화하기로 이미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상품화 계약 얘기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계약서) 초안을 주셔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봉 씨에게 몇 달 전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이었고, 이제서야 계약서를 쓰자고 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힘없는 디자이너라고 무시하는 패션계 풍토가 원망스럽다"고 전했다.

이상봉 씨는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22일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디자이너 이상봉입니다.

저는 어제 방송에 보도된 내용을 접하고 한국 패션 디자이너의 선배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많은 디자이너 선후배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미안한 마음입니다. 방송 내용에 대한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글을 통해 또 다른 논란이나 선후배간 또 다른 오해가 발생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오직 이번 일로 좋은 후배들과 즐겁게 공동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시간이 중단되지 않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저는 어제 방송 내용과 같이 A디자이너가 상품화에 대한 논의를 들은 적 없다는 점과, 몇 달 전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가 묵묵부답이었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A디자이너와 상품화 관련 논의를 작업 초반부터 진행했었고, 1월 말부터 약 4개월 동안 계약 진행 협의를 하기 위해 A디자이너를 만나려는 노력을 계속하였습니다만 A디자이너의 거부로 만날 수 없었습니다.

위 모든 내용은 A디자이너와 저와의 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으로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패션계 후배인 A디자이너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름과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2018년 6월 2일, 지인의 소개로 A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얘기를 나누던 중 공동작업(콜라보레이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어려운 환경에서 혼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저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었습니다.

8월 15일, 부천 국제 만화축제 개막쇼에 A디자이너와 함께 공동작업한 프린트물을 사용하여 만든 의상들을 선보이기 전까지, 수 많은 시간들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하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작업물들이 후배 디자이너에 의해 다시 다루어 지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보람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친해지고 그 이후에도 같은 디자이너로서 많은 고민과 관심사를 공유하며, 하루에도 수많은 문자들로 안부를 주고 받고 서로를 챙겨줄 정도로 가깝게 지냈습니다.

9월 8일, A디자이너로부터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자고 문자를 받았고 처음부터 함께 한 작업물에 대한 상품화를 염두에 둔 공동작업이었기에, 저는 "수고했다. 멋진 작품이 나올거다. ^^" 라고 답문을 보냈습니다.

A디자이너와 저는 서로 바쁜 해외 스케줄과 사업으로 인해 10월 이후 부터는 얼굴은 보지 못하고 문자로만 하루에 몇 번씩 서로 타지에서 힘내라는 응원과 서로 챙겨주는 안부만 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1월 말 A디자이너로부터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상품화 되는 것에 오해가 생긴 것 같은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해를 풀기 위해 A디자이너와 만나고자 해도 연락이 닿지를 않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계속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를 풀고 싶다고 문자들을 보내고, 사무실에 몇 번을 찾아가서 몇 시간씩 기다려도 저와 할 이야기가 없다는 문자만 보내며 저를 피했습니다.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하고 함께 한 작업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절실히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떤 대화도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2월 25일, 저와 A디자이너와의 전후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던 맞춤 관련 원단담당 직원(맞춤은 디자이너 컨펌없이 실무자들이 진행합니다)이 부천 국제만화축제 쇼복을 본 고객의 요청으로 A디자이너와 8월에 작업했던 디자인으로 공장에 원단 프린팅을 요청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2월 27일, 저는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일을 중지 시킨 후 직원의 실수이니 A디자이너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만나서 설명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A디자이너는 어떤 대화에도 응해주지를 않았습니다.

3월에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A디자이너의 패션쇼에도 방문하였고, 전후로 사무실을 방문해도 여전히 만날 수 없었습니다.

5월까지도 저는 오해를 풀고 싶었고, 전의 따뜻했던 선후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사무실로 찾아가서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5월 21일 뉴스를 통해 방송을 접했습니다.

제가 방송 전 기자분과 인터뷰를 통해 두 번에 걸쳐, 1시간 넘게 장시간 자세히 설명드린 위 내용은 모두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A디자이너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서로 만나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A디자이너와 만나서 다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서 지난 2015년 이상봉 씨는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열정 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상봉 디자인실이 야근수당을 포함해 견습 10만 원, 인턴 30만 원, 정직원 110만 원의 급여를 준다", "쇼를 앞둔 성수기에는 토요일 출근에 밤 10시까지 의무야근이지만 추가 급여는 없다" 등의 내용이 확산됐다.

이상봉 씨는 "근로 환경과 처우 문제로 상처받은 패션업계 젊은이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이번 기회에 패션업계 전반의 문제점 개선에 노력하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