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입소…새끼들 입양 보낸 뒤 안락사 앞둔 숨숨이 [함께할개]

2025-05-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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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내에서 '경계심이 많은 어미 개'이자 '구석이'

크리스마스에 입소한 뒤로부터 쭉 혼자였던 숨숨이가 결국 안락사 날을 확정받으며 마지막으로 평생 가족을 찾는 데 나섰다.

보호소 입소 초반 시절의 숨숨이 /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
보호소 입소 초반 시절의 숨숨이 /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

8일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에 숨숨이의 사연이 올라왔다. 숨숨이는 오는 12일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

누군가는 따뜻한 식탁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나눌 충분한 양의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보냈을 크리스마스이브, 숨숨이는 그날 밤 다섯 마리의 새끼들과 함께 차디찬 유기 동물 보호소에 입소했다.

작은 몸으로 쉬지 않고 다리를 떨던 숨숨이는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끝까지 새끼들을 지키려 애썼다. 사람이 다가오자 벌벌 떨면서도 온몸으로 새끼들을 자기 뒤로 숨기는 데 급급했다.

숨숨이는 보호소 내에서 '경계심이 많은 어미 개'이자 '구석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언제나 철창 안 구석, 가장 그늘진 한쪽에 웅크려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숨숨이의 새끼들은 하나둘 구조돼 보호소를 나갔다. 하지만 숨숨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제보자는 "세상이 다 등을 돌린 듯 오직 구석이(숨숨이)만이 그대로였다. 어둡고 더러운 철창 안에서 시간이 흘렀다"라며 "6개월, 숨숨이는 철창 구석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살았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

그러던 어느 날 숨숨이에게도 드디어 입양의 기회가 찾아왔다. 숨숨이는 중성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입양 문의를 기다렸지만 누구도 철창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임시보호처에 관한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숨숨이는 오랜 보호소 생활로 인한 심장사상충과 아나플라스마 양성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제보자는 "숨숨이는 그렇게 또 한 번, 이름 모를 죄를 짓기라도 한 듯 고개를 떨궈야 했다"라며 "그때 생각했다. '혹시 이름 탓일까?'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기엔 너무 슬펐던 이름 '구석이', 그래서 조심스레 불러봤다. '숨숨아' 구석이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숨을 쉬라는 뜻으로, 작은 몸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 온 이 아이를 조금 더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다시 소개해 보려 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숨숨이는 아직도 철창 안에 있다. 좁고 더러운 바닥, 그 위에서 오늘도 구석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사람의 손길을 몰라 겁이 많은 아이지만 손을 내밀면 살짝 다가오기도 한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슬며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조금씩 마음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숨숨이에게 당신의 따듯한 손을 내밀어 달라"라고 부탁했다.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
페이스북 '사지말고 입양 하세요'

치와와 믹스견인 숨숨이는 1~2살로 추정된다. 4kg 정도 나가며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공주님이다. 심장사상충과 아나플라스마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겁이 많아 방어성 입질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구조 입양 문의는 인스타그램 계정 @daeng_issue로 하면 된다.

[함께할개] 위키트리는 유기견·유기묘 보호소 등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유기 동물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유기 동물 소개 코너 '함께할개'를 운영합니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에 함께해 주세요. 제보 qllk338r@wikitree.co.kr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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