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지 6개월 지났는데… 해외 영화제서 '최고상' 휩쓴 한국 드라마
2025-05-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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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방 시청률 6.8%→13.6% 치솟아 흥행에 성공한 '한국 드라마'
제58회 휴스턴국제필름페스티벌서 '플래티넘상' 수상한 SBS 드라마
종영한 지 6개월이 지난 한국 드라마가 제58회 휴스턴국제필름페스티벌에서 티브이 스페셜 드라마틱 부문 플래티넘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TV 스페셜 드라마 부문에서 A 등급의 평가를 받은 작품에 수여되는 최고 영예 상이다.

수상작은 ‘지옥에서 온 판사’다. SBS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지옥에서 온 판사’를 포함해 총 12개 작품이 수상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종영한 이 드라마는 북미 3대 영상 페스티벌 중 하나인 제58회 휴스턴국제필름페스티벌에서 드라마틱 부문 플래티넘상을 받았다. 배우 박신혜가 연기한 악마 강빛나, 김재영이 연기한 형사 한다온의 공존과 갈등, 그리고 죄인을 처단하는 서사가 국제 무대에서도 눈에 띄는 반응을 얻었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첫 방송에서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해 6회에서 13.1%까지 상승했고, 8회에서 13.6%로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종회인 13~14회는 11.9%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은 티브이데일리에 “흥행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옥과 악마라는 설정은 시청자에게 낯설고, 항마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뜨거운 응원이 있었기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획 의도에 대해선 “피해자와 유족의 위로가 먼저라는 생각, ‘당신이 불편하길 바란다’는 문장이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는 현실 사건과 맞닿은 법적 주제를 비롯해 지옥의 비주얼, 선악이 교차하는 인간관계, 금지된 사랑, 형사와 악마의 대립 등이 뒤섞여 있다.

박 감독은 “장르를 넘나드는 구조 속에서도 톤과 결을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효과, 분장, 의상, 미술 등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약 40명의 배우 및 스태프와 밀접하게 소통했다”며 “‘백화점 선물세트 같은 균형 있는 연출’을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 속 지옥이 진부하지 않게 보이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로댕의 ‘지옥의 문’에서 착안한 출입구, 단테의 ‘신곡’에서 가져온 문구, 환상적인 꽃밭에서 절망의 잿더미로 급변하는 장면까지 철저하게 계획했다고 했다.
촬영, 음악, 편집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한 점도 완성도를 높였다. 박성용 촬영감독, 김세영 프러덕션 디자이너, 성형주 시각감독이 주요 기술 파트를 맡았고, 이옥규 스튜디오S CP를 비롯해 윤윤선·권령아 PD, 조은지·김창환·주수연 조연출도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박 감독은 배우 박신혜에 대해 “이번 작품의 히어로였다”고 표현했다. 이어 “강빛나라는 캐릭터는 ‘유스티티아’이자 ‘잔 다르크’였고, 시청자와 연출자 모두 그에게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드라마 포스터에 사용된 문구 “나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해”는 박신혜가 직접 만든 대사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도 언급했다. 13회에서 강빛나가 정태규에게 사형을 선고하기 전 남긴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 죽음 같은 삶을 살아온 피해 유가족에 대한 위로. 피해자와 유가족이 용서하지 않은 죄는, 법 또한 용서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핵심이었다.

그는 “결국 이 말을 전하기 위해 험한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14회에서 정태규를 처단한 후 고인 한 명 한 명을 모시는 장면은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진심이라고 설명했다.
강빛나가 아이들에게 장난스럽게 건넨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나쁜 사람은 벌 받는 거. 그게 정의야”라는 말도 박 감독은 현실이 그런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진심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치열했던 시청률 경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완성도와 화제성을 갖춘 드라마들이 몰린 시기였지만, ‘지옥에서 온 판사’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의 응원 덕분”이라며 “이 작품만의 시원한 매력이 있었고, 강빛나처럼 흔치 않은 안티히어로가 주는 신선함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58회 휴스턴국제필름페스티벌에서는 에스디에프(SDF·SBS D포럼) 20주년 특집 ‘미래를 본 사람들’이 인터뷰 부문 플래티늄상을 받았고,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그것이 알고 싶다’, ‘신들린 연애’, ‘정글밥’, ‘재벌형사’, ‘딥한 백브리핑’, ‘비머실록’은 금상을 받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교양이를 부탁해’는 은상을, ‘동네멋집2’는 심사위원특별상을 각각 수상했다. 휴스턴국제필름페스티벌은 뉴욕 페스티벌, 반프 티브이 페스티벌과 함께 북미 3대 영상 페스티벌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