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같이 나왔어야 했는데…" 세상 떠난 배우 없이 열린 '한국 영화' 시사회
2025-05-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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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 유작으로 남게 된 영화...감독 "저도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배우 고(故) 김새론의 마지막 작품 '기타맨'이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오늘(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김새론은 영화 개봉 3개월을 앞둔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이번 시사회에는 김종면 감독과 주연 겸 공동 감독을 맡은 이선정 감독만이 참석해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선정 감독은 이날 시사회에서 "오늘 이 자리에 김새론과 같이 나와서 함께 이 시간을 가졌어야 하는데 저 혼자 나온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편집을 하면서 천 번을 봐도 김새론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독립영화 '기타맨'의 캐스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선정 감독은 원래 다른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김새론을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김새론은 음주운전 사고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영화가 촬영된 후에도 개봉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 감독은 "그때 미팅에서 김새론 양이 정말 열정을 보였다.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어와서 직접 수정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더 좋은 영화에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는 친구가 제 영화에서 이런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감사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던 김새론은 촬영 현장에서는 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선정 감독은 "(김새론은) 주로 차에 많이 있었다. 답답할텐데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더라. 사람을 피하려고 하는 게 많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참 신기한 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완전히 바뀌었다. 정말 이 친구 연기 잘하는구나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NG가 거의 없었다"며 김새론의 프로 정신에 감탄했다.
캐스팅 당시 김새론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작진은 무리한 일정으로 후반 작업을 진행했다. 이선정 감독은 "김새론에게 '내년 5월 말경에 개봉하겠다. 그때까지만 잠잠히 있다가 독립영화를 딛고 자숙 기간을 거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면 한다'는 약속을 했다"며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진행했고, 그래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고백했다.

'기타맨'은 이선정 감독의 첫 영화 작업이다. 그는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중학교 때부터 밴드 생활을 했다. 취객과의 다툼, 술 먹고 방황하고 피폐했던 경험을 영화에 담았다"라며 이 작품이 자전적인 요소를 담고 있음을 밝혔다.
영화에서 이선정은 연출뿐만 아니라 주연, 시나리오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음악인으로서 작곡, 연출, 주연을 맡아야 저의 진정성이 영화에 담길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타맨'은 무명 기타리스트 이기철(이선정)이 인디 밴드 '볼케이노'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키보드 연주자 유진(김새론)과 밴드 멤버들이 냉소적이던 기철의 마음을 움직이며 연주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기철의 과거가 그들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그려냈다.
고(故) 김새론의 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타맨'은 오는 30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