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유로파리그 정상…손흥민, 주장으로서 우승컵 든 '최초의 한국인' 됐다
2025-05-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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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우승 후 태극기 두른 채 기쁨의 눈물 흘려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컵대회 우승컵을 든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22일(한국 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전반 막판 터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낸 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장의 4만 9000여 관중석은 빈 좌석 없이 꽉 찼다. EPL 빅클럽이지만 나란히 하위권으로 떨어진 두 구단이 결승에서 맞붙은 사실 자체가 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정규리그 경기를 통해 36일 만의 선발 복귀전을 치른 손흥민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프랑크푸르트와 UEL 8강 1차전에서 발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넘게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맨유는 경기 초반 토트넘을 무섭게 압박하며 몰아쳤다. 첫 슈팅 시도는 전반 5분 맨유의 브루누 페르난드스가 골 지역 왼쪽에서 넣었다. 토트넘도 전반 11분 파페 사르가 첫 슈팅을 날리며 역습에 나섰다.

양 팀의 수비 중심 전략 때문에 다소 늘어지던 경기 분위기는 전반 42분 존슨의 선제골로 긴장감에 휩싸였다. 토트넘 파페 사르가 왼쪽에서 올린 대각선 크로스를 문전으로 몰아가던 존슨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맞지 않았고 공은 뒤따르던 맨유 수비수 루크 쇼의 몸을 맞고 골대 안으로 향했다. 쇼의 자책골로 기록될 수도 있었지만 UEFA의 공식 기록상 이는 존슨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후 토트넘은 후반 17분 추가 득점 기회까지 잡았지만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가 패스받기 직전 미끄러지며 득점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샬리송이 몸에 이상을 호소하며 교체를 요청해 교체 투입된 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20여 분간 뛰었다. 그는 패배 위기에 몰린 맨유의 처절한 공세를 팀원들과 끝까지 막아내는 데 집중했다.
이후로도 위기는 계속 찾아왔다. 후반 23분엔 맨유 라스무스 호일룬의 헤더가 골라인을 넘기 직전 미키 판더펜이 가까스로 걷어내는 아찔한 장면이 포착됐으며 후반 29분엔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슈팅이 토트넘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다.
추가시간으로는 7분이 주어졌다. 주심이 실제 경기 종료 휘슬을 분 건 후반 45분이 끝나고 8분 23초나 지났을 때였다. 토트넘은 맨유의 공격을 무사히 막아내고 끝내 챔피언 자리에 올라섰다.

손흥민은 유럽 1군 무대에 데뷔한 뒤 무려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어깨에 태극기를 두른 채 스태프, 동료들과 함께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려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통해 손흥민은 차범근(UEFA컵 우승 2회), 박지성(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김동진, 이호(UEFA컵 우승 1회)에 이어 UEFA 주관 대회(슈퍼컵 제외) 우승을 맛본 또 한 명의 한국인 선수가 됐다.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토트넘이 우승한 것은 UEL의 전신인 UEFA컵에서 우승한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이다. 이는 그간 토트넘이 굴욕의 시즌을 보낸 끝에 이룬 성과로서 더 극적인 우승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써 토트넘은 UEL 우승과 함께 다음 시즌 UCL 본선 직행 티켓까지 얻는 데 성공했다. 현지 언론과 팬들로부터 줄곧 비판받던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 2시즌 만에 우승을 이뤄내며 영웅으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