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9%가 암컷… 성비 불균형이 정말 심각하다는 '멸종위기' 동물
2025-05-26 09:50
add remove print link
서식지 파괴와 온난화로 인해 대다수 종이 '멸종위기'
바다거북의 생존이 기후 변화와 해양 쓰레기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화한 새끼 거북의 99%가 암컷일 정도로 성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며, 플라스틱 섭취로 인한 폐사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바다거북이 해양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크지만, 현실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한국 세계자연기금(WWF)은 '세계 거북이의 날'을 맞아 국내외 바다거북 위기 실태를 지난 22일 공개했다. 이날은 미국 비영리 보호 단체 ATR(미국 거북이 구조대)이 거북이 개체 수 감소와 서식지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바다거북은 서식지 파괴와 온난화로 인해 대다수 종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멸종위기종에 포함돼 있다.
WWF호주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호주 북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 중 99%가 암컷으로 나타났다. 바다거북은 알이 부화될 때, 모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29.1도 이상이면 암컷이, 그보다 낮으면 수컷이 태어난다. 기온 상승은 이 같은 자연 메커니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일부 지역에서는 암컷 116마리에 수컷 1마리 비율까지 보고됐다. 이 같은 자성화(feminisation) 현상은 번식 구조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플라스틱 오염 역시 큰 문제다. 바다거북 상당수는 비닐봉지나 폐어망에 걸려 질식하거나 다친다. 해파리나 해조류로 착각해 삼키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먹은 플라스틱이 위장에 쌓이면 포만감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먹이를 섭취하지 못해 굶어 죽는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제주 지역 바다거북 34마리를 부검한 결과, 28마리에서 총 1280개(118g)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바다거북 한 마리당 평균 38개(3g)의 플라스틱을 삼킨 셈이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선샤인코스트대 공동 연구에서는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1조각을 삼켰을 때 사망 확률이 22%, 14조각 이상일 경우 사망 확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WF코리아는 제주 지역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지역 보전 단체 '디프다제주'와 협력하고 있다. 해안 및 수중 정화 활동은 물론 바다거북 생태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한편, 바다거북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 바다에서 발견된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따뜻한 해역이 주요 서식지로,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가끔 목격된다. 특히 제주도 근처 바다에서는 푸른바다거북이 종종 관찰된다.
바다거북은 크게 7종으로 나뉜다.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장수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올리브바다거북, 켐프리들리바다거북, 평갑바다거북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종은 크기, 색상, 서식지 선호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푸른바다거북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장수거북은 최대 2m까지 자라는 거대한 덩치로 유명하다. 반면 켐프리들리바다거북은 가장 작은 종으로, 몸길이가 60~70cm에 불과하다. IUCN에 따르면, 이들 종 중 다수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바다거북은 단단한 등껍질과 납작한 지느러미 모양의 다리가 특징이다. 등껍질은 종에 따라 색상과 무늬가 다르다. 푸른바다거북은 초록빛이 도는 갈색 등껍질을, 붉은바다거북은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등껍질을 지녔다. 이 등껍질은 외부 충격과 포식자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머리는 작고 단단하며, 부리는 새의 부리처럼 생겨 먹이를 씹거나 자르는 데 적합하다. 특히 매부리바다거북은 이름처럼 날카로운 부리가 돋보인다.
바다거북은 종마다 먹이가 다르다. 푸른바다거북은 해초와 해조류를 주로 먹는 초식성으로, 해초 군락지에서 하루 8~10시간을 보내며 풀을 뜯는다. 반면 붉은바다거북은 해파리, 게, 새우 같은 동물을 즐겨 먹는다. 장수거북은 거의 잡식성으로 해파리부터 어류, 해조류까지 가리지 않는다.
이들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항해'다. 바다거북은 태어난 해변을 기억해 수십 년이 지나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바다거북은 지구 자기장을 나침반처럼 활용해 방향을 찾는다. 이 능력은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산란을 위해 암컷 바다거북은 밤에 해변으로 올라와 1~2m 깊이의 구덩이를 판다. 한 번에 50~200개의 알을 낳고, 모래로 덮어 보호한다. 약 60일 뒤 부화한 새끼 거북은 달빛을 따라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이 여정은 위험으로 가득하다. 성체가 될 수 있는 개체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을 만큼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