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희귀… 국내 야생개체는 사실상 절멸했다는 '한국 동물'
2025-05-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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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준 개체 수가 120~130마리로 추정되는 '한국 동물'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 중 하나로 전락한 맹수
한때 한반도 전역을 누비던 맹수가 있었다. 이 동물은 민첩한 몸놀림과 아름다운 점무늬 털로 숲속의 제왕이라 불렸지만, 이제는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 중 하나로 전락했다.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북동부의 깊은 숲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이 동물의 정체는 '아무르표범'이다.

아무르표범은 고양이과에 속하는 표범의 아종이다. 한국에서는 한국표범 또는 조선표범으로도 불리며, 과거 삼국시대 기록인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문표로 등장할 만큼 한반도에서 중요한 동물이었다. 이 표범은 한반도, 러시아 연해주, 중국 만주 지역의 고산지대와 울창한 숲에서 주로 서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식지가 극도로 줄어들어 주로 러시아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과 중국의 북동 호랑이·표범 국립공원 일대에서만 발견된다. 과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중국 국경 지역에 약 92마리가 서식하며, 2023년 기준으로는 성체와 아성체를 포함해 120~130마리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는 20세기 초반 이후 야생 개체가 거의 사라져 절멸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르표범의 생김새는 고양이과 동물답게 날렵하고 우아하다. 몸길이는 100~140cm, 꼬리는 70~80cm로 몸길이의 절반을 넘는다. 털은 황색 또는 황적색 바탕에 검은 점무늬가 흩어져 있어 '돈점박이'나 '매화범'이라는 별칭도 있다.
아무르표범은 육식성 포식자로 들쥐, 등줄쥐, 고라니, 노루, 멧돼지, 멧토끼, 사슴, 산양, 다람쥐 같은 포유류를 주로 사냥한다. 먹이가 부족할 때는 꿩, 메추라기 같은 새나 심지어 닭, 오리 같은 가금류도 먹는다. 드물게 촌락 근처로 내려와 개, 송아지, 돼지 같은 가축을 공격하기도 한다.
사냥 방식은 고양이과 특유의 은밀함과 민첩함을 활용해 먹잇감을 추적하고 단번에 덮치는 스타일이다. 나무를 잘 타는 능력 덕분에 나무 위에서 매복하거나 사냥한 먹이를 나무 위로 끌어 올려 안전하게 먹기도 한다.
아무르표범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되며, 한국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아무르표범이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서식지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세기 들어 농업 확장과 삼림 벌채로 고산지대 숲이 크게 줄었다.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북동부의 개발로, 표범이 살 만한 공간이 점점 좁아졌다. 두 번째는 밀렵이다. 아무르표범의 아름다운 털은 과거 고급 모피로 인기가 많았고, 이는 개체 수 감소로 직결됐다.
세 번째는 먹이 부족이다. 표범의 주요 먹잇감인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동물도 서식지 파괴와 인간의 사냥으로 줄어들어 표범의 생존을 위협했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극동 지역의 기온 변화와 생태계 변화는 표범의 서식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아무르표범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도 많다. 이 표범은 한반도의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 놀라운 적응력을 지녔다.

두꺼운 털과 강한 체력으로, 영하 30도의 추위에서도 활동이 가능하다. 또한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에서 뛰어내리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 유연한 몸은 사냥과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교미는 주로 겨울이나 봄에 이뤄지며, 임신 기간은 약 100일이다. 한 번에 2~4마리의 새끼를 낳고, 새끼는 2~3년이면 성숙한다. 이들은 주로 해질녘이나 새벽에 활동하며, 단독 생활을 선호한다.
현재 아무르표범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은 2012년 설립 이후 밀렵 감시를 강화하고, 서식 환경을 개선해 개체 수를 30마리에서 120마리 이상으로 늘렸다. 중국에서도 북동 호랑이·표범 국립공원을 통해 보호 구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서 무인 카메라에 암수 표범 4마리가 찍혀 북한 내 서식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는 북한에 표범과 호랑이 보존을 위한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공원이 지난해 영국에서 암컷 아무르표범 '아리나'를 들여왔고, 중국 하얼빈동물원에서 온 표범이 새끼를 낳아 종 보존에 기여하고 있다.
아무르표범은 한반도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고,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초식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아무르표범은 한반도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일부 지역에서 목격담이 들리지만, 야생 개체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