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묻은 과즙만 섭취해도 정력 강화에 도움 됐다는 '전설의 과일'

2025-06-0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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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질환에 효능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력에 특히 최고라는 과일

산수유 / 함양군 제공
산수유 / 함양군 제공

한약방에 가면 건포도를 꼭 닮은 말린 열매가 있다. 말린 산수유다. 생으로는 먹기 힘들다. 떫고 시기 때문. 씨를 제거하고 말려 차로 달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온갖 질환에 효능이 있는 특별한 한약재로 변신한다. 산수유에 대해 알아봤다.

산수유 / 뉴스1
산수유 / 뉴스1

산수유나무는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이다. 5~12m 높이까지 자란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으며, 오래된 줄기는 껍질이 벗겨져 독특한 무늬를 드러낸다. 잎은 마주나며 길이 4~10cm, 폭 2~6cm로 난형 또는 긴 난형을 띤다. 잎 끝은 뾰족하고 양면에 잔털이 나 있다. 3~4월이면 잎보다 먼저 노란 꽃이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이 꽃을 주제로 구례, 의성, 이천에서 산수유 축제가 열린다.

열매는 긴 타원형의 핵과다. 8~10월에 붉게 익는다. 한국에서는 충청 이남, 특히 전남 구례, 경북 의성·봉화, 경기 이천·양평에서 주로 재배된다.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한국 중부 이남의 산기슭과 마을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리에 약해 전북 남부 이남에서 주로 수확됐지만 지구온난화로 충청도와 강원도에서도 소량 재배되고 있다. 제철은 10월. 서리가 내린 후 열매를 채취해 약재로 쓰거나 차, 술로 만든다.

산수유 / 함양군 제공
산수유 / 함양군 제공

산수유 열매는 작고 붉다. 생으로 먹기 어렵다. 매우 시다. 떫고 쌉싸름한 맛도 난다. 그래서 생식하기보다는 말려서 차, 술, 약재로 즐긴다.

산수유 차를 만들려면 말린 산수유 30~60g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물 600ml에 넣고 약불에서 30분간 달인 뒤, 건더기를 걸러내고 찻잔에 따른다. 신맛을 줄이기 위해 꿀을 약간 첨가하며,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한다.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물 1L에 산수유 15g을 넣고 1시간 푹 끓인다. 대추나 계피를 추가해 풍미를 더할 수 있으며, 따뜻하게 마시거나 냉장해 시원하게 즐긴다.

산수유 / 연합뉴스
산수유 / 연합뉴스

산수유 술은 씨를 제거한 말린 산수유 500g을 소독한 유리병에 넣어 만든다. 35도 소주 1.8L를 부어 밀봉한 뒤, 서늘한 곳에서 3개월 이상 숙성한다. 숙성 후 체로 걸러 마신다. 꿀이나 설탕을 추가해 단맛을 낼 수 있다. 산수유 가루는 씨를 뺀 산수유를 완전히 건조해 분쇄기로 곱게 갈아 만든다. 하루 6~8g을 물에 타 먹는다. 산수유 꽃잎차는 꽃송이를 꽃받침째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 끓는 소금물에 1~2분 쪄내고, 이 과정을 3회 반복해 건조한 뒤 밀봉 보관한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신다. 산수유는 삼계탕에도 잘 어울린다. 신맛이 닭고기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산수유는 약재로 오랜 역사를 가졌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간과 신장을 보호하며, 하체를 튼튼히 하고 신정과 신기를 보강한다. 두통, 이명, 해수병, 해열, 월경과다, 식은땀, 야뇨증 치료에 쓰인다. 코르닌, 모로니사이드, 로가닌, 타닌, 사포닌, 포도주산, 사과산, 주석산, 비타민 A, 칼슘, 칼륨, 철분, 콜린이 함유돼 있다. 사포닌과 플라보노이드는 신장 염증을 줄이고 혈류를 개선하며, 간세포 손상을 막고 간 독성을 제거한다. 배뇨를 원활히 해 요실금과 빈뇨를 개선한다.

산수유 꽃 / 뉴스1
산수유 꽃 / 뉴스1

모로니사이드와 사포닌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안정시킨다.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당뇨 합병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비타민 A와 안토시아닌은 망막을 보호하며, 야맹증과 안구건조증을 개선한다. 사과산, 주석산, 사포닌은 피부 염증을 줄이고 노화를 억제한다. 코르닌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남성의 발기부전, 조루, 원기부족을 돕는다. 여성의 월경불순, 생리통,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며, 수족냉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항산화 작용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해 감기와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탄닌과 코르닌은 혈색을 맑게 하고 피부 트러블을 줄인다.

산수유는 성질이 따뜻하기에 몸에 열이 많거나 땀이 많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도라지, 방풍과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과다 섭취 시 속쓰림, 설사, 변비, 두통, 현기증이 생길 수 있다. 씨는 혈구 응집을 유발하니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하루 2~3잔 정도로 적당히 즐기는 것이 좋다.

과거엔 여성들이 이로 깨물어 산수유의 과육과 씨를 분리했다. 여성들은 입에 남은 산수유 과즙으로 젊음을 유지했다. 남성들이 입맞춤 과정에서 여성들의 입술에 남은 과즙을 먹어 정력 발휘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산수유는 한국인의 삶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는 눈 속에서 산수유를 따오는 아버지의 사랑을 노래한다. 구례 산동의 ‘산동애가’는 산수유 꽃과 열매를 통해 민족의 아픔을 표현한다.

산수유 /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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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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