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바뀌었다…한국인 입원 사유 1위는 '출산' 아닌 다른 것
2025-06-0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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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국내 병원 입원 환자 수 1위 질병이 10년 만에 ‘출생’에서 ‘노년백내장’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고령화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의료 수요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이 적용된 입원 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질병은 ‘노년백내장’이었다. 총 33만 7270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는 전년도 32만 61명에서 5.4% 증가한 수치다.

노년백내장은 10년 전인 2014년에는 입원 환자 수 기준 3위(25만 1008명)에 불과했지만,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이제는 가장 흔한 입원 질환으로 자리잡았다. 2014년 1위였던 ‘출생’ 관련 상병(출산장소에 따른 생존출생)은 10년 새 큰 폭으로 감소해 2023년에는 5위(20만 7398명)로 밀려났다. 당시 출생 관련 입원은 37만 3597건으로, 현재보다 약 44%가 많았다.
이번 통계는 단순한 입원 질병 순위의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노년백내장뿐 아니라 폐렴, 위장염, 추간판 장애 등 대부분의 상위 입원 질병들이 고령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위를 차지한 ‘상세불명 병원체의 폐렴’은 30만 8287명이 입원해 고령층에서 면역 저하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 주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위는 감염성 및 상세불명의 위장염 및 결장염(24만 4125명), 4위는 기타 추간판 장애(22만 212명)였다.
의료비 지출 측면에서도 노인성 질환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입원 치료에 따른 건강보험 의료비가 가장 많았던 질환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총 1조 8694억원에 달했다. 이어 ‘뇌경색’이 1조 6855억원, ‘폐렴’이 9880억원, ‘무릎관절증’이 8999억원으로 집계되며, 역시 대부분 고령층의 대표 질환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외래 진료 분야에서도 고령층의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이 상위에 올랐다. 외래 환자 수 1위는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1959만 명이 병원을 찾았으며, 의료비 지출 규모도 외래 중 가장 높았다. 그 외 ‘급성 기관지염’(1760만 명), ‘알레르기성 비염’(740만 명), ‘본태성 고혈압’(732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고령화의 속도는 관련 의료비 지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위에서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노인성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는 약 5조 6000억원으로, 2019년 4조 6800억원 대비 19.3% 증가했다. 2024년 상반기에만 2조 9000억원이 지출되었고, 연말까지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불과 5년 사이 약 28% 증가한 수치다.

진료 환자 수도 같은 기간 꾸준히 늘었다. 2019년에는 200만 3000여 명이 노인성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으나, 2023년에는 약 232만 4000명으로 약 16%가량 증가했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 의료보장 인구도 2023년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2016년 694만 명에 비해 약 46%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운영과 정책 방향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