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 보고 전 세계가 경악…넷플릭스서 오늘 내려가는 '인생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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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9월 25일 폐지, '굿 플레이스' 정주행 전략은?
크리스틴 벨이 그린 안티히어로, 철학으로 무장한 시트콤의 반전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가 독점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던 웰메이드 사후세계 코미디 드라마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 전 시즌이 오는 9월 25일을 끝으로 서비스를 전면 종료한다.

굿플레이스 예고편 / 유튜브 'Flicks And The City Clips'
굿플레이스 예고편 / 유튜브 'Flicks And The City Clips'

마이클 슈어 감독의 번뜩이는 천재성과 주연 배우 크리스틴 벨의 독보적인 연기력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었던 이 작품은 총 4개 시즌, 50부작으로 깔끔하게 완결된 현대 시트콤의 걸작이다. 계약 만료에 따른 스트리밍 중단을 앞두고 수많은 시리즈 팬들의 정주행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작품의 본질적인 서사적 가치와 주인공 엘리너 셸스트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배우 크리스틴 벨의 주요 영화 필모그래피를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사후세계 판타지의 외피를 두른 윤리학 강의

유튜브, Flicks And The City Clips

드라마 '굿 플레이스'는 9월 25일 자정을 기점으로 플랫폼 내 송출을 전면 중단한다. 2016년 미국 지상파 방송사 NBC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래 2020년 시즌 4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 작품은, 생전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삶을 살았던 악녀 엘리너 셸스트롭이 사후세계의 지상낙원인 '굿 플레이스'에 행정 착오로 잘못 입성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린다.

시즌 1 13부작, 시즌 2 12부작, 시즌 3 12부작, 시즌 4 13부작 등 총 5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당 러닝타임은 22분 안팎으로 전체 러닝타임은 순수 18시간 20분 수준이다. 회당 호흡이 짧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넘어 세계적인 명작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임마누엘 칸트의 의무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 그리고 악명 높은 '트롤리 딜레마' 등 난해한 고전 철학과 도덕적 명제들을 대중적인 시트콤 구조 안에 탁월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정체를 들키지 않고 지옥행을 피하기 위해 윤리학 교수 치디 아나곤예로부터 비밀리에 도덕 수업을 받는 엘리너의 여정은 '우리는 왜 타인에게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인간 본연의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시즌 1 마지막 회에서 드러나는 경악스러운 반전은 현대 방송 서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전개 중 하나로 손꼽히며, 이후 시즌 2의 기억 삭제 루프, 시즌 3의 이승 재도전 실험, 시즌 4의 새로운 사후세계 심판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는 치밀한 서사의 뼈대를 완성한다.

드라마의 중심축인 엘리너를 맡아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입체적 연기를 펼친 크리스틴 벨은 영화계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 왔다.

굿플레이스의 크리스틴 벨 / 유튜브 'Flicks And The City Clips'
굿플레이스의 크리스틴 벨 / 유튜브 'Flicks And The City Clips'

영혼을 울리는 음색과 용기, '겨울왕국'

그녀의 스크린 커리어에서 단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첫 번째 이정표는 2013년 개봉한 디즈니의 메가 히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다. 크리스틴 벨은 아렌델 왕국의 둘째 공주 '안나' 역의 목소리 연기는 물론 고난도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가창까지 직접 완벽하게 소화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견인했다.

그녀는 완벽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안나의 천방지축 성격과 넘치는 에너지, 언니 엘사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과 굳건한 용기를 다채로운 음색의 톤 변화로 포착해 냈다. 특히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와 'Love Is an Open Door' 같은 대표 뮤지컬 넘버에서 뿜어낸 청량하면서도 탄탄한 가창력은 그녀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를 여실히 증명했다. 크리스틴 벨 특유의 쾌활하고 진취적인 에너지가 주입된 안나는 수동적인 전통 디즈니 공주상의 한계를 완벽히 깨부수고 현대적인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했다.

미워할 수 없는 뻔뻔한 매력의 원형,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크리스틴 벨이 브라운관의 하이틴 스타 이미지를 벗고 할리우드 메이저 코미디 영화계의 주연급 배우로 도약하게 된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8년 작 로맨틱 코미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주인공 피터의 오랜 연인이자 잘나가는 범죄 드라마의 도도한 여주인공 '사라 마샬' 역으로 분해 매력적이면서도 이기적인 복합적 캐릭터를 탁월하게 연기했다.

하와이의 한 고급 리조트를 배경으로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전 남친과, 새로운 록스타 남친과 함께 휴가를 온 사라 마샬이 우연히 마주치며 벌어지는 민망하고 노골적인 해프닝들은 성인 코미디 특유의 농익은 위트를 여과 없이 선사한다. 크리스틴 벨은 겉으로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당당하지만 내면에는 인정욕구와 불안을 숨겨둔 셀러브리티의 속물근성을 얄미울 정도로 실감 나게 구현했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면서도 결코 일차원적인 악역으로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연기적 특성은 훗날 '굿 플레이스'의 엘리너 셸스트롭이라는 전무후무한 안티히어로 캐릭터를 완성하는 귀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규범을 깨부수는 통쾌한 여성 연대, '배드 맘스'

2016년 개봉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깜짝 흥행을 거둔 코미디 영화 '배드 맘스'는 크리스틴 벨의 한층 무르익은 캐릭터 소화력과 유쾌한 연기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작이다. 완벽한 엄마이자 아내라는 사회적 강박과 끝없는 가사 노동에 짓눌려 번아웃에 빠진 세 명의 여성들이 마침내 폭발하여 일탈을 감행하는 과정을 통쾌한 화법으로 그려냈다.

극 중 크리스틴 벨은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며 가부장적인 남편의 통제 아래 억눌려 살아가는 소심한 전업주부 '키키' 역을 맡았다. 지나치게 순종적이고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던 인물이 에이미(밀라 쿠니스), 칼라(캐스린 한)라는 거침없는 동료들을 만나 억압된 욕망을 터뜨리고 당당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폭소 넘치는 슬랩스틱과 정교한 표정 연기로 녹여냈다. 특히 세 배우가 마트에서 카트를 밀며 난장판을 벌이는 시퀀스는 규범에 지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으며, 억압을 딛고 변화해 가는 인물의 성장 서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