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닮아서 공부 못하잖아!" 대못 박는 아이, 이젠 이렇게 설명해주세요
2025-06-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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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과 환경, 아이 지능에 숨겨진 비밀
성적을 결정하는 열쇠: 지능 너머의 힘
“아이 지능은 엄마를 닮는다”는 말은 부모들 사이에서 오래된 통념처럼 퍼져 있다.
실제로 이 말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최근 방송에서 “지능과 학업 성적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며, 지능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유전적인 요인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성적은 그보다 더 복합적인 요소들에 좌우된다는 설명이다.
아이의 지능이 엄마를 닮는다는 말의 배경에는 ‘지능 관련 유전자가 X염색체에 더 많다’는 연구에서 비롯된 설이 있다. 사람은 엄마와 아빠에게 각각 50%씩 DNA를 물려받는다. 그런데 남아는 X염색체 하나와 Y염색체 하나를, 여아는 X염색체 두 개를 갖는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은 X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 즉 엄마의 유전자가 아이의 지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능을 결정짓는 유전자는 수백 가지에 달하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X염색체만으로 지능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능이 높다고 해서 누구나 성적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오은영 박사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시절 진행한 연구 경험을 언급하며, “상위권 학생들에게서 주의 집중력과 꾸준한 노력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능이 평균 이상이지만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도 많고, 반대로 지능지수(IQ)가 평균 수준이라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집중력과 동기부여, 자기조절력 같은 후천적인 요소는 학업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꾸준한 습관과 긍정적인 태도를 갖춘 아이들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지능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 심리학회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영유아기의 양육 방식, 정서적 안정, 영양 상태, 수면 습관, 놀이 환경 등이 지능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또 학령기에 경험하는 스트레스, 학습 태도, 주변인의 지지 등도 인지능력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뇌는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꾸준히 발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지능력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런 이유로 정서적 안정과 꾸준한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지능은 분명히 아이의 학습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성과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집중력, 성실함, 자기 통제력, 긍정적인 동기와 같은 요소들이 오히려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꾸준한 노력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지능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해지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성적은 단지 하나의 지표일 뿐이며,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