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안으로도 수백 마리...” 평택서 우글우글 대거 발견된 멸종위기 한국동물
2025-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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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는 멸종위기 고유종
경기도 평택 남양호 인근 농경지에서 국내 고유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수백 마리 규모로 집단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받고 있다.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수준으로 개체가 집중된 모습은 이례적이며, 전문가들은 “서식지 보전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MBC뉴스에 따르면 풀잎과 갈대 위로 몸길이 2~4cm가량의 작은 초록 개구리들이 우글우글 매달려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구교성 한국환경지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 수로에서만 300~400마리 정도가 관찰됐다”며 “실제 개체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수원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 양서류로, 2012년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됐다. 1977년 일본의 양서류 학자 구라모토 미쓰루가 수원 농촌진흥청 앞 논에서 처음 발견했고, 1980년 ‘수원청개구리’란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청개구리와 외형이 유사하지만, 청명하고 높은 ‘꽥꽥’ 소리를 내는 청개구리와 달리, 낮고 금속성의 ‘웡-웡-’ 혹은 ‘쨍쨍쨍~’ 같은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원청개구리는 논과 농수로에 서식하는 습지 의존 종으로, 5~7월 논에서 번식하며 번식기 외에는 관목이나 풀잎 위에서 지낸다. 짝짓기 시기에는 벼나 풀의 줄기를 네 발로 붙잡고 울음을 내며, 등은 진한 초록색, 배면은 흰색이고, 몸통 양 옆에는 담갈색 불규칙한 줄무늬가 있다. 울음주머니가 옅은 황색을 띠는 점도 청개구리와의 구별 요소다.

문제는 이들의 생존 기반인 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택지 개발, 농약 사용 증가, 산업단지 확장 등으로 서식지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와 수질 오염에도 민감한 양서류의 특성상 복원력도 낮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양서류는 피부로 호흡해 외부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서식지가 조금만 훼손돼도 개체군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14곳의 고립된 서식지에서 약 2,500마리 남짓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중 일부 지역은 매년 개체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과 달리, 수원 지역에서는 오히려 수원청개구리를 찾아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는 생물서식지 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권선구 평리들 일대에서 정기적인 생태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3년 한 해 동안 총 7개체의 서식을 확인했다. 이 중 일부는 과거 인근 지자체 개발사업지에서 포획해 형광물질을 표시 후 방사한 개체로, 다시 발견돼 서식 안정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원이’라는 캐릭터로 수원의 마스코트가 될 정도로 상징성이 높지만, 지역사회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친환경 농법을 논 전역에 적용해야 하는 수원청개구리 보전의 특성상, 농가의 자발적 참여 없이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전략적 개입과 종합적인 서식지 보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생태보호구역 지정, 친환경 농법 유도 지원책, 법적 보호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동반되어야 멸종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우글우글하게 움직이던 작은 초록 생명체들. 마치 우리와 함께 숨 쉬는 듯, 조용히 논밭 사이를 누비던 그들의 모습은 생태계가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해준다. 그러나 이들이 이 땅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작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길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