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말고 소통 역량”…세종 교사들, 승진제도 변화 촉구
2025-06-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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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사노조 설문, 교사 651명 참여…수업 공개·연구실적 가산점엔 ‘부정적’
“관리자 자질은 민원 대응·소통능력”…실적 위주 평가 방식에 근본적 회의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종교사노동조합(위원장 김예지, 이하 세종교사노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와 공동으로 실시한 「세종시교육청 승진가산점 규정 개정 관련 긴급 설문」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설문에는 세종시 교사 651명이 참여했으며, 응답 교사들은 실적 중심의 승진가산점 제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관리자에게 필요한 자질로 ‘소통능력’과 ‘민원 대응역량’을 우선 꼽았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는 ‘학교 구성원과의 소통 능력’을, 32%는 ‘악성 민원 대응 리더십’을 관리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응답했다. 반면 ‘수업 장학 역량’이라고 답한 비율은 3%에 불과해, 수업 코칭 능력보다 조직 내 소통과 위기 대응 역량을 중시하는 현장 분위기가 드러났다.
수업 공개 실적이나 연구학교 경력 등 실적 중심 가산점 항목에 대한 반대 의견도 압도적이었다. 응답 교사의 68%가 ‘수업 공개 실적’의 승진가산점 추가에 반대했으며, 수업 선도교사·수업나눔지원단 등 활동 실적을 가산점 항목에 넣는 것에도 같은 비율이 반대했다. 교사들은 “실적을 위한 수업 공개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자발성과 자율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구학교 및 연구대회 실적을 가산점 항목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70% 이상이 반대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연구학교 및 연구대회 부활’에 반대한 응답자는 73%, ‘연구학교 근무 경력’에 반대한 응답자는 72%에 달했다. 이는 실적 중심 운영이 오히려 교육 활동을 왜곡하고 교사의 자발성을 저해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 공개가 의미 있으려면 먼저 업무 경감을 통한 수업 연구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유공 교원에게는 승진 가산점이 아니라 연수 인센티브나 포상 방식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의 58%는 현재 승진을 준비 중이거나 향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승진가산점 제도가 소수의 문제가 아닌, 다수 교사의 교육 활동과 경력 개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예지 위원장은 “승진 제도는 교육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재 선발 시스템이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현장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각한 교권침해 현실 속에서 교사가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리자의 민원대응 책임 강화와 분리학생 지도 역량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교사노조는 향후 ‘담임교사 가산점’ 등 다양한 현장 의견을 반영해 승진 중심이 아닌 협력 중심의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