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당기는 파전+막걸리…각각 어울리는 맛은 따로 있다
2025-06-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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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전과 막걸리, 그 궁합의 과학
장마철 건강을 살리는 음식 비결
장마철이 시작되면 한국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조합이 있다. 바로 파전과 막걸리다.
지글지글 기름에 부쳐내는 파전 냄새에, 부드럽고 톡 쏘는 막걸리 한 잔이면 궂은 날씨에도 입안은 즐겁다. 그런데 파전과 막걸리는 재료와 맛에 따라 어울리는 궁합이 따로 있고, 심지어 건강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우선 막걸리부터 살펴보자. 일반 막걸리는 쌀을 기본 원료로 한 탁주로, 단맛과 산미, 약간의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지역별 특산물이나 발효 방식에 따라 밤막걸리, 유자막걸리, 흑임자막걸리, 더덕막걸리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한편 파전도 단순한 파뿐 아니라 해물, 김치, 부추, 감자 등 주재료에 따라 맛과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 기름에 구운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바뀌면 함께 곁들일 술의 성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해물파전은 오징어, 홍합, 새우 같은 해산물과 쪽파가 어우러져 감칠맛이 강하다.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막걸리는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의 밤막걸리다. 밤막걸리는 고소하면서도 산미가 적고 목넘김이 부드러워 해물 특유의 짭조름함과 잘 어우러진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생막걸리도 좋은 궁합이다. 탄산감이 살짝 있는 생막걸리는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기름진 파전을 먹고 난 뒤 깔끔한 마무리를 돕는다.
김치전은 말 그대로 발효된 김치를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맛이 진하고 자극적이다. 이런 전에는 유자막걸리처럼 산미가 있는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 유자막걸리 특유의 상큼함은 김치의 매운맛과 시너지를 일으켜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또한 유자에 함유된 비타민C는 기름에 튀긴 전을 먹을 때 생길 수 있는 산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중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만약 유자막걸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일반 생막걸리 중에서도 산미가 강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덕막걸리를 곁들이면 건강 조합이 된다. 더덕은 사포닌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며, 특유의 씁쓸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부추의 아삭함과 잘 어우러진다. 특히 계절 환절기나 장마철처럼 체력이 쉽게 떨어지는 시기에 이 조합은 기분 전환뿐 아니라 몸을 회복하는 데에도 유익하다.

감자전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으로, 고소한 맛의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 대표적으로 흑임자막걸리는 감자의 단맛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건강에도 이롭다. 흑임자의 고소함은 감자 특유의 심심한 맛에 포인트를 주며, 전체적인 식사 경험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더불어 감자는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식품이기 때문에,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술과 함께 먹을 때는 소화 측면에서도 감자전이 좋은 선택이 된다.
아무리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해도, 술은 어디까지나 ‘적당히’ 마셔야 한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도수가 낮고 유산균이 풍부해 ‘건강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간 이상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특히 파전처럼 기름이 많은 음식과 함께 먹을 경우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한 끼 식사로 즐기더라도 한두 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전과 막걸리의 조합을 더욱 건강하게 즐기고 싶다면, 제철 나물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봄에는 달래, 냉이, 미나리를 전 재료로 활용해보자. 해독 작용과 항산화 작용이 뛰어난 이들 재료는 기름진 음식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에는 애호박이나 가지를 활용해 가볍고 촉촉한 전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계절 채소는 막걸리와의 궁합도 잘 맞아 입안의 풍미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