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겨울 물고기인데... 여름에 잡혀서 사람들 놀라게 하는 생선의 정체
2025-06-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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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리듬 따라 움직이던 한국 물고기들이 왜...

동해의 차가운 겨울바다를 대표하던 도루묵이 무더운 여름철에도 어부들 그물에 걸리고 있다. 수십 년간 계절의 리듬을 따라 움직이던 바다 생물들이 기후변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겨울에 잡히던 도루묵이 여름철에도 잡히며 연안 생태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강릉원주대 이충일 교수는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강원 수산물 생산 감소와 연안환경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변화를 소개했다.
도루묵은 농어목 도루묵과에 속하는 해수어다. 몸길이는 보통 15~25cm 정도이지만 최대 30cm까지 자라기도 한다. 수명은 약 3, 4년 정도다. 길쭉한 방추형의 몸체를 갖고 있어 유선형이 뚜렷하고, 몸높이는 몸길이의 약 6분의 1 정도로 날씬한 편이다.
도루묵은 동해와 서해 북부, 그리고 일본 연안, 러시아 연해주, 중국 발해만 등 북태평양 서부 해역에 분포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겨울철 대표적인 어종으로 여겨져 왔다.
도루묵은 예로부터 동해안 지역 주민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살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지방 함량이 적어 소화가 잘된다. 특히 알을 밴 암컷은 '알도루묵'으로 불리며 별미로 취급받는다. 도루묵 알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독특하다. 도루묵은 회로 먹거나 구이, 조림, 찌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는다. 말려서 보관하며 먹기도 한다. 영양학적으로는 단백질과 칼슘, 인 등이 풍부하고 DHA와 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함유하고 있다.
이충일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겨울철 경북 포항 앞바다 환경이 2010년 이후 강릉, 양양을 지나 속초 연안까지 북상해 서해보다 더 빠르게 연안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동해 지역이 온난화의 영향을 빠르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해의 주요 어획 어종도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는 방어류의 어획량이 연간 1000톤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만 톤에 가까운 양이 잡혔다. 반면 살오징어는 7만 톤에서 1만 톤 수준으로 감소했다.
멸치는 2010년 이전에는 주로 12월에 잡혔으나 2021년 이후에는 계절에 관계 없이 잡히는 양이 증가했다. 특히 동해안의 겨울철 별미로 알려진 도루묵은 2021년 이후 7~8월 여름에도 잡히며 계절적인 특성을 잃어가고 있다. 청어도 여름철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다.
도루묵의 이런 변화는 단순히 한 어종의 행동 변화를 넘어 동해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도루묵의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기존의 회유 패턴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도루묵은 수온에 민감한 어종이다. 적정 수온대를 찾아 이동하는 성질이 강하다. 여름철에도 도루묵이 잡히는 현상은 동해의 수온 상승이 이 어종의 생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해양 생태계는 온난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라면서 "2050년에는 현재보다 어종의 다양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