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동 전쟁 뛰어들었다…국내 산업계 비상 걸려

2025-06-22 15:51

add remove print link

국제 유가 급등 우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됐다. 국내 산업계는 정유·석유화학, 해운, 건설, 수출입 등 여러 분야에서 연쇄적인 충격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트럼프 대통령 대국민 연설 시청하는 시민들 / 연합뉴스
미 트럼프 대통령 대국민 연설 시청하는 시민들 /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이란을 선제 공습한 이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미국이 직접 군사행동에 나선 만큼,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직접 개입으로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인한 유가 급등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4.23달러였지만, 20일에는 76.84달러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 역시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뛰었다. 서울 시내 휘발유 가격도 21일 기준 리터당 1천721원을 넘었다.

중동 산유국들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1%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와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지나는 핵심 항로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동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거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 수급 불안과 국제 유가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

대한석유협회는 "우리나라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기 때문에, 이 지역이 봉쇄되면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란 원유에 의존하는 중국, 인도 역시 공급 불안에 직면하면 국제 시장 유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제품 수요 둔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까지 오르면 이중고에 빠질 수 있다. 정유사는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유가 급등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치솟으면 정유사뿐 아니라 석유화학 업체들도 마진이 줄어들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GPS 교란이 의심되는 유조선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선사들의 경계가 높아졌다. 국내 선사들은 이란이나 이스라엘에 직접 기항하지는 않지만,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우회 노선을 검토 중이다. 선박이 우회할 경우 항로가 길어지고 운송 기간이 늘어나면서 해상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운임이 오른다고 해서 해운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는 구조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오르면 매출이 늘 수는 있지만, 유가나 보험료 같은 비용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이익이 커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2023년 10월 홍해 사태 이후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중단한 상태로,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았다. 건설업계 역시 과거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후 이란에서 철수해, 현재는 파견 인력 대부분을 철수한 상태다. 일부 인력이 현지에 남아 있었지만, 이란 공습 이후 제3국으로 대피했다는 전언도 있다.

중동 수출과 수주 전반에 대한 타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사업비 증가, UAE와 사우디 등 인근국의 방위비 상승으로 한국 기업이 참여 중인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이나 취소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종합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 무역, 공급망 전반에 걸친 영향을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국내 산업계 전반에 걸친 파장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