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에 5만원인데…한달 만에 5000통 팔리며 난리 난 '한국 과일'
2025-06-26 15:01
add remove print link
"농가에 경제적 효과도 가져왔다"
한 통에 5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단 한 달 만에 5000통 이상이 판매되며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이 있다.

바로 전북 고창에서 재배된 '고창수박'이다.
고창군은 지난달부터 고창마켓과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유통채널을 통해 고창수박을 본격 판매한 결과, 이례적인 속도로 판매량이 증가해 5000통 돌파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고창수박은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리적표시 등록을 통해 품질을 공식 인증받은 농산물이다. 지난해 9월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이후 고창군은 수박 생산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시행하고 품질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고급 수박'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일정 기준을 통과한 수박만이 '고창수박'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어 그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지리적표시제는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산자들의 기술력이 결합된 상품의 품질과 명성을 보호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보성녹차가 최초 등록 상품이다. 고창수박이 여기에 등록됨으로써 생산지와 무관한 타 지역 상품이 고창 브랜드를 무단 도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의 출처와 품질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기준점이 생긴 셈이다.

고창수박이 특별히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고창 지역의 토질, 기후, 재배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고창은 사질 양토와 붉은 황토가 적절히 섞인 토양을 갖고 있어 배수가 잘되고 통기성이 우수하다. 이는 뿌리 발달과 당분 축적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여기에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여름철 평균 기온이 수박 생육에 적합한 28~32℃를 유지하고, 일교차는 10~12℃에 달한다. 이 같은 환경은 수박 당도를 높이고 과육을 단단하고 아삭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실제로 고창수박 당도는 평균 12.5~13브릭스로, 일반 수박보다 한층 높다. 과육이 치밀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으며, 불포화지방산 등 기능성 성분도 풍부해 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품질 기반에는 철저한 재배 관리 시스템이 있다. 고창 농가들은 토양 분석, 병충해 관리, 당도 측정 등을 통해 생산 전반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명품 수박 아카데미' 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하우스 재배와 노지 재배를 병행해 연중 일정한 품질의 수박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고창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수박 생산 역시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지리적표시 등록으로 고창군에서 생산되는 전체 수박 도매 시세가 올라 농가에 경제적 효과도 가져왔다"며 "고창수박이 지역 특산물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농산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창수박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비싸도 맛있으면 산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구매 인증과 후기들이 확산되고 있다. 수박 한 통 가격이 5만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와 지역 농산물에 대한 가치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고창수박의 성공은 단순한 맛의 경쟁을 넘어서, 지역성과 품질 인증,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이 맞물릴 때 고부가가치 농산물 시장에서도 승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