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일부터 시행... 정부, 집값 급등 막기 위한 '초유의 대책' 발표

2025-06-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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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6억 한도 제한 극약 처방…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위축”

정부가 서울 집값 급등에 대한 ‘극약 처방’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관계기관과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28일부터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개인의 소득·집값과 상관없이 대출 한도 자체를 제한하는 전례 없는 강력한 규제다. 서울 집값 급등세와 '패닉 바잉' 조짐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

2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 뉴스1
2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 뉴스1

이번 조치의 핵심은 현재 별도 제한이 없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다음달 21일부터는 수도권·규제 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LTV(주담대비율)를 기존 80%에서 70%로 강화하고, 별도 제한이 없던 전입 의무도 '6개월 이내'로 제한한다. 이는 정책대출인 디딤돌, 보금자리론, 버팀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반기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은 기존 대비 50% 축소되고, 정책대출은 25% 축소된다. 은행권이 자율 시행 중인 각종 대출 규제는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다. 새 정부 출범 23일 만에 나온 이번 조치는 과거 정책과 달리 단 하루 만에 시행돼 '막차 수요'까지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전례 없는 규제... 6억 초과 차주 10% 타깃

6억원 주담대 한도 제한은 2019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출을 금지한 조치와는 차별화된다. 당시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해 재산권 침해 등으로 헌법소원(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6억원 한도를 열어둬 당시보다 유연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서울·수도권 주택가격 수준, 주택구입 시 금융권 대출 이용하는 정도, 차주 소득 대비 부채가 어느 정도 규모 적절한가 등을 고려했을 때 6억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6억원 이상 대출받는 차주는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수요가 수도권 상급지에 몰려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고 판단해 원천 차단에 나선 것이다.

19일 송파구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19일 송파구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강남권·한강벨트 거래 급감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시행될 경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일대 등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 지역은 통상 주택 매입을 위해 7억~12억원대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6개월 이내 전입의무 제도로 인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한 만큼 강력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6억원 캡에 따라 단순 계산 시 15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시 9억원의 현금이 필요해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신규 진입도 쉽지 않다. 6억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12억~13억원대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대출 규제는 다주택자와 갭투자 수요를 제한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매에는 금융권 대출을 사실상 막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다주택자는 대출을 활용한 주택 추가 구입이 금지되고(LTV 0%)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받을 수 없다. 1주택자가 집을 옮기기 위해 대출을 받아 다른 집을 살 경우 기존 집 처분 기한이 2년에서 6개월로 강화된다.

단기 처방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다만 대출 여력을 크게 줄여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해 대책 효과가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흐름, 공급 부족, 서울 선호 같은 구조적인 상승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선 규제로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입주 물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희소성이 높다. 더욱이 기준금리도 내려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게 아니냔 말이 나온다.

매매 수요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출한도에 걸리는 금액대의 주택에 매수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 양극화 우려도 있다. 외곽 지역 실거주를 원하는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 해 주택 매입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 뉴스1
2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 뉴스1

2030세대 부동산 시장서 밀려날 우려

집값이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 주담대 한도를 설정하면서 이제 가정을 꾸리고 살 집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2030세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혼부부 등의 영끌을 통한 주택 구입 수요까지 차단됐다는 것이다. 생애최초 대출의 LTV를 기존 80%에서 70%로 강화했고, 그간 저리로 거액을 빌려준 신혼부부·청년 대상 정책대출의 한도가 최대 1억원 깎였기 때문이다.

19일 송파구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 뉴스1
19일 송파구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 뉴스1

추가 조치 시사, 공급 대책도 검토

이런 초강력 조치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금융당국은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할 방침이다. 규제지역에 LTV를 더 강화하고,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에도 DSR 적용을 확대하는 안이 거론된다. 그간 전세자금이나 정책모기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전셋값 상승, 갭투자 증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은행 주담대에 대한 자본 규제 방안도 검토된다. 은행이 주담대를 많이 내줄수록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sSyRB) 등 더 많은 자본을 쌓게 하는 것으로,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면 대출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공급 대책 및 규제지역 추가 지정도 뒤따를 수 있다. 정부는 "우수 입지에 충분한 규모의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확신을 통해 수급 불안심리가 해소될 수 있도록 주택공급 활성화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며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시장 안정 조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급등 배경엔 '패닉 바잉' 조짐

이번 극약 처방의 배경에는 최근 서울 집값의 급등세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43% 올라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동구는 0.99%, 마포구는 0.98% 올라 2013년 1월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 공표를 시작한 후 역대 최대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 역시 4월 5조 3000억원, 5월 6조원으로 확대됐고, 6월에도 증가 추세가 지속됐다. 정부로선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로 인해 주택 시장의 과열과 침체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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