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비공개 회의에서 그냥 다구리 당했다"

2025-07-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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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에 대한 당 지도부 반응이 어땠는지 묻자...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자신이 내놓은 혁신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반응을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로 표현했다.

윤 위원장은 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비공개 때 있었던 얘기니까 그냥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비대위 회의 안에서 당이 쇄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이 혁신안 발표 과정에서 혁신위원들과의 논의 없이 개인 의견을 외부에 먼저 공개했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원들은 "혁신위원들과 공감대 없이 외부에 말을 하면 결국 당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최소한 혁신위와 상의는 하고 발표했으면 좋겠다", "당에 부담이 된다"고 경고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혁신위 의결을 거친 공식 안건이 아니라 위원장 개인의 의견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나는 안을 제시하는 사람일 뿐 최종 결정은 비대위가 내리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전날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을 인적쇄신 대상자로 지목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로 밀어넣고 있다"고 비판하며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청문회 정국 한복판에 폭탄을 던졌다", "자기 정치다", "혁신위가 당의 리스크를 키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사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선 이후 당 내부를 향한 무차별 내부총질이 하루도 끊이지 않는다"며 "우리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행위는 제발 그만 멈추자"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저를 치라. 저는 당을 위해 언제든 쓰러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국민의힘의 혁신이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윤 위원장의 '다구리' 발언에 대해 "너무 도가 지나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2004년 한나라당 중진 37명이 차떼기 사건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중진들이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는 "우리 당에 책임지는 분이 없다는 게 국민 눈에는 너무나 답답할 것"이라며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반발이 없으면 혁신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가 해오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당이 새로워졌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18일 추가 회의를 열어 4차 혁신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대표를 100%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방안, 인적쇄신 추가 대상자 발표 등이 거론된다. 다만 윤 위원장이 용퇴 요구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은 만큼, 2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선 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혁신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비대위에 공식 보고된 안건은 △지도체제 개편 △당대표 선출 방식 변경 △당원소환제 도입 세 가지다.중진 의원 거취와 관련한 내용은 빠졌다. 이에 따라 인적 쇄신을 핵심 과제로 삼았던 혁신위가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윤 위원장은 '전당대회 전 혁신안을 관철하겠다는 구상에 변함은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리 희망한다"고 답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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