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풍기, 매일 쓰고 있다면… ‘이렇게’ 써야 안전합니다
2025-08-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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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전자파 나온다는 조사 결과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면서 손선풍기를 들거나 목선풍기를 건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여름철 ‘필수템’이지만 반복되는 우려도 있다. 전자파 노출 문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여름 시중에서 구입한 목선풍기와 손선풍기에서 발암물질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전자파가 측정됐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목에 거는 형태의 선풍기 한 대에서 322.5mG(밀리가우스)의 전자파가 측정됐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설정한 기준치 4mG의 8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손선풍기에서는 1048mG의 전자파가 발생했으며 이어폰·헤어드라이어 등 머리 근처에서 쓰는 제품 일부도 WHO 기준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거리 조절이 어려운 목선풍기, 장시간 사용하는 아이케어 기기, 목걸이형 이어폰 등이 고위험 제품으로 지목됐다. 센터는 “전자파는 거리만 확보해도 급격히 감소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구조상 사용자에게 밀착돼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측정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이나 생활용품점에서 판매되는 일부 손선풍기에서도 WHO 기준의 30~50배 수준에 해당하는 전자파가 측정됐다. 센터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용하는 제품에선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가능한 거리를 두고 짧게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전자파는 모든 전기전자기기에서 나오는 현상이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저주파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세포 손상이나 백혈병 발병률 증가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들은 전자파를 단순 수치 기준이 아닌 보건 환경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와 국회에 극저주파 전자파를 환경오염물질로 지정하고 전자파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전자파 발생을 줄이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 대한 공공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은 휴대용 손선풍기의 전자파 인체 유해성 논란에 대해 “현재까지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WHO와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의 권고에 따라 국내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의 전자파 수치는 인체보호기준(833mG)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1979년 미국에서 송전선 주변의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2.2배 높았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발암 가능성 물질(2B)’로 분류했지만 해당 그룹에는 절임채소·고사리·디젤연료 등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질도 함께 포함돼 있다. WHO는 54개국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소아백혈병의 원인이라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결국 손선풍기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를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전자파가 우려된다면, 제품을 가능한 멀리 두고 짧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머리카락이 팬에 빨려 들어가는 등 기계적 사고 위험도 있는 만큼 휴대용 선풍기는 되도록 일정 거리를 두고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