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귀하신 몸인데…번식 성공까지 해버린 ‘천연기념물'
2025-08-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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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담비에게 잡아먹히는 장면도 포착
한 번 보기 힘든 희귀종의 삶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강원 양양의 백두대간 고산 숲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긴점박이올빼미가 포착됐다. 이번에 촬영된 영상에는 새끼의 부화부터 자연 복귀까지의 전 과정은 물론, 둥지를 습격한 천적의 모습까지 담기며 생태계의 치열한 일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양양생태사진연구회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양양지역 고산지대 숲을 모니터링한 결과 긴점박이올빼미 둥지 2곳을 확인하고 관찰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그중 한 둥지에서는 새끼가 부화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천적인 담비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무인카메라에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행히 다른 한 둥지에서는 무사히 번식이 이뤄졌고 새끼들이 자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이번처럼 번식 장면이 관찰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긴점박이올빼미는 러시아 우랄산맥, 중국 북부,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서식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의 서식과 번식은 생태적 가치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관찰이 양양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지표로 해석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양생태사진연회 황하국 회장은 “긴점박이올빼미가 이 지역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건 단순한 발견을 넘어 양양의 생태적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기록을 통해 희귀 생물 보호와 생태 가치 확산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하는 희귀 텃새로, 몸길이 약 50cm에 이르는 중대형 조류다. 얼굴은 둥글고 회백색을 띠며, 이름처럼 몸 곳곳에 긴 점 모양 무늬가 퍼져 있어 다른 올빼미류와 쉽게 구별된다.
주로 고산지대의 울창한 침엽수림이나 혼합림에서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강원도 백두대간 일대 등 깊은 산간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관찰된다. 번식기에는 오래된 고목의 구멍이나 고사목안에 둥지를 틀고, 2~4개의 알을 낳아 1개월가량 품는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야행성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설치류·작은 조류·곤충 등을 사냥한다. 특히 야간 비행 시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부드러운 날갯짓이 특징이며, 이로 인해 야생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기능한다.
국내에서는 개체 수가 매우 적어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림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먹이 부족 등이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